25일 0시4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대교북단쪽 강변북로 진입로 인근. 음주단속 기준 강화법인 이른바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4분 만에 택시 운전자 박모씨(69)가 음주단속에 걸렸다. 박씨는 초코우유를 들어 보이며 “빵과 우유를 먹은 게 전부”라고 항변했지만 음주감지기는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삑’ 소리를 냈다.

경찰이 수차례 실랑이를 벌이며 음주측정기로 잰 결과 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22%. 이날부터 강화된 윤창호법의 면허정지 기준(혈중알코올농도 0.03%)은 겨우 피한 셈이다. 그제서야 박씨는 “어제 친구들과 소주를 마신 게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윤창호법이 뭔지도 모르고 오늘부터 시행된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25일 새벽 서울 마포구 합정동 강변북로 진입로 인근에서 운전자 강모씨가 음주단속에 걸려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25일 새벽 서울 마포구 합정동 강변북로 진입로 인근에서 운전자 강모씨가 음주단속에 걸려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전날 마신 술로도 ‘면허정지’

이날 음주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제2 윤창호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기존에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0.1% 이상이면 각각 면허정지,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날부터 면허정지 기준은 0.03%, 취소는 0.08%로 강화됐다. 혈중알코올농도 0.03%는 몸무게 65㎏인 성인 남성이 소주 한 잔만 마셔도 나오는 수치다. 음주로 인한 인명사고의 처벌을 강화하는 제1 윤창호법은 지난해 말 시행됐다.

경찰은 윤창호법 시행을 맞아 25일 0시부터 전국에서 특별 음주운전단속을 시행했다. 언론매체를 통해 윤창호법 시행과 음주운전단속이 대대적으로 소개됐지만 시민들의 음주운전 행태는 여전했다.

같은 날 0시38분. 두 번째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 차에서 내린 강모씨(33)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083%. 40분 전만 해도 면허정지에 그쳤을 수치다. 그는 “홍대에서 친구들과 함께 테킬라 네 잔을 마신 게 전부”라고 했다. 강씨의 집이 인근이라는 것을 확인한 경찰이 대신 차를 몰고 그를 데려다줬다.

“어어, 거기 어디 가세요!” 한 시간 남짓 흐른 오전 1시39분께. 단속 현장 후방에서 한 경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음주운전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흰색 다마스 차량이 후진하면서 정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것이다. 쫓아간 경찰관 손에 이끌려 나온 강모씨(49)는 혼자서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 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 그는 4년 전에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무면허 운전자였다. 강씨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강씨는 현장에서 체포돼 마포경찰서로 연행됐다. 윤창호법 시행으로 강씨와 같은 ‘상습 음주운전범’의 기준도 강화됐다. 기존에는 3회 이상 음주운전에 적발될 경우 상습 음주운전으로 분류했지만, 윤창호법 시행으로 2회만 적발돼도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경찰 두 달간 특별단속

경찰은 이날 전국에서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음주운전을 단속한 결과 총 153명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면허정지(혈중알코올농도 0.03~0.08%) 처분을 받은 사람은 57명, 면허취소(0.08% 이상) 처분을 받은 사람은 93명이다. 측정을 거부한 사람은 3명이다. 기존에는 훈방에 그쳤던 혈중알코올농도 0.03~0.05%로 측정된 사람도 13명이나 됐다. 술 한 잔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면허정지를 당한 것이다.

경찰은 두 달간 전국에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한다. 음주운전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오후 10시∼오전 4시에 집중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 술을 마셨다면 다음날 몸 상태가 건강해도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며 “술 한 잔만 마시더라도 음주운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