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는 2014년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 개설한 KAIST창업원을 중심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이 KAIST창업원에 마련된 휴게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있다. /KAIST  제공
KAIST는 2014년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 개설한 KAIST창업원을 중심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이 KAIST창업원에 마련된 휴게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있다. /KAIST 제공
KAIST가 2년 연속 국내 최고 이공계 대학 자리를 차지했다. 한양대 성균관대 포스텍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학의 창업·취업 지원 수준이 순위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조사전문업체 글로벌리서치와 공동으로 시행한 ‘2019년 이공계 대학평가’에서 KAIST는 종합점수 341점으로 작년에 이어 1위를 지켰다. 지난해 3위이던 한양대는 2위로 한 계단 올라섰고, 성균관대는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포스텍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UNIST 서강대 경희대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창업인재' 키운 KAIST, 2년째 최고 공대
이번 평가는 전국 50개 대학을 대상으로 △교육의 질 △연구의 질 △산학협력 및 기술 실용화 △창업·취업 지원 등 네 부문에 대한 23개 정량평가와 평판 설문조사인 정성평가를 합쳐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KAIST는 정량평가(1위)와 정성평가(4위)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KAIST는 2017년 조사 때만 해도 창업·취업 지원 부문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경기 성남시 판교에 개설한 KAIST창업원을 통해 10여 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행한 덕분에 작년부터 최고 이공계 대학 자리에 올랐다. 한양대는 창업인재를 키우기 위해 창업융합전공이란 별도 전공을 개설한 점 등이 높게 평가됐다.

서울대와 고려대·연세대는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평판조사(정성평가)에서 각각 1위와 공동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창업·취업 지원 부문에서 40위권에 그쳐 종합순위는 정성평가 순위보다 부진했다. ‘이공계 대학평가’는 국내 이공계 대학의 교육 및 연구의 질을 제고하고, 산학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이 2015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KAIST, 창업지원액 최대…한양대가 키운 스타트업 年매출 9.2兆

올해 한경 이공계 대학 평가에서 상위권 대학의 순위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창업·취업 지원이다. 주요 대학의 평가지표 가운데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며 순위 등락을 주도했다. 상위권 대학의 개선 정도가 두드러졌다. 극심한 취업난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KAIST는 2014년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 문을 연 KAIST창업원을 토대로 창업·취업 지원 부문의 점수를 높여 종합 1위를 지켰다. 한양대와 고려대도 같은 평가에서 각각 라이벌로 꼽히는 성균관대와 연세대를 앞질러 전체 순위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창업·취업 지원에 이전보다 더 관심을 기울였느냐 여부가 ‘2019 이공계 대학 평가’의 순위를 좌우했다는 분석이다.

'창업인재' 키운 KAIST, 2년째 최고 공대
KAIST, 2년 연속 종합 1위

KAIST는 창업·취업 지원 부문에서 두 계단 올라 1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낮았던 창업·취업 부문 점수가 높아지면서 종합순위 1위도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창업 지원에 더 힘을 쏟았다. 학생 한 명당 창업지원 금액은 269만원으로 평가 대학 중 최대다. 창업 전담 인력도 55명으로 가장 많다.

창업 지원은 2014년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 문을 연 ‘스타트업 KAIST’라는 이름의 KAIST창업원이 주도하고 있다. KAIST창업원은 기업가정신 특강과 네트워크 행사, 학생창업지원 프로그램 등 10여 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벤처기업과 투자 전문가, 법조인 등이 멘토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E*5-스타트업 KAIST’는 KAIST의 대표적인 학생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팀은 활동 장소와 멘토링, 자금 등 다양한 혜택을 받으며 사업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을 검증받는다. 최종 우승팀은 법인설립 자본금으로 1000만원을 받는다. 2012년 시작된 이후 204개 팀 673명이 참여했다.

한양대, 스타트업 2153개

종합 2위를 탈환한 한양대는 창업·취업 지원에서 고르게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한양대의 취업률은 77.3%로 전체 평가 대학 중 3위다. 창업 학생 비율도 세 번째로 높았다. 창업 전담 인력 수(4위), 학생당 창업지원액(6위) 등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잡 내비게이션’은 한양대의 대표 취업프로그램이다. 분야별로 전문 인력을 배치해 세부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취업지원 담당자가 교내에 상주하며 취업과 관련된 상담을 하고, 취업 계획을 학생들과 함께 세워준다. 요일별로 △외부 컨설턴트의 국·영문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클리닉 △외국인 강사와의 인터뷰 △매너, 비주얼 면접 컨설팅 △인성 면접 컨설팅 등을 해 학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한양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양대는 학생들을 창업가로 키우기 위해 별도의 전공을 개설하기도 했다. 창업융합전공은 주전공의 전문성에 창업교육 커리큘럼을 접목해 전문성을 갖춘 창의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은 성과로 나타났다. ‘2018년 한양동문기업 성과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사 설립 7년 미만의 한양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6개 주요 대학(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KAIST)보다 평균 1.5배 많은 2153개로 국내 대학 1위를 기록했다. 이들은 총 2만979명을 고용하고, 연 매출 9조2630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인재' 키운 KAIST, 2년째 최고 공대
경희대, 산학협력 앞세워 ‘톱 10’

경희대는 종합순위에서 두 계단 오르며 ‘톱 10’에 진입했다. 산학협력 및 기술실용화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산학협력단 고용 인원(7위), 교수 기술이전 수입액(7위), 기술지주회사 및 자회사 총 매출(10위) 등 세부 지표에서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대학이 기업에 인력을 제공하는 기존 산학협력을 뛰어넘어 기업이 대학에 입주, 캠퍼스 내 산학협력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경희대의 목표다.

아주대(13위→12위), 국민대(16위→14위), 건국대(17위→15위)도 전년 대비 순위를 끌어올리며 15위권 내로 진입했다. 아주대와 국민대는 각각 창업·취업 지원 분야에서 4위와 7위에 오르며 좋은 점수를 받았다. 아주대는 1992년 중소기업산학협력센터를 설립하고, 2017년 창업지원단을 결성하는 등 창업지원 기반을 구축해왔다.

국민대는 학생들의 창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2학기부터 ‘융합프로젝트 스튜디오’를 신설했다. 이 프로젝트는 공학, 경영, 디자인 등 서로 다른 분야의 교수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교육하는 다학제 융합프로젝트다. 전공이 다른 4~5명의 학생을 함께 가르쳐 수업의 집중도를 높였다. 팀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고 학생들의 실무 능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건국대는 스마트팩토리와 바이오 공동기기원, 시험인증지원센터 등 산학협력과 관련된 4개 조직 운영을 통해 기업 연구개발과 학생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4건에 머물렀던 건국대 학생창업은 지난해 25건으로 늘어났다.

김동윤/박종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