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한 유성기업에서 폭행으로 실형을 받은 노조원과 피해자들이 같이 근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법원이 쟁의 기간 중 노조원에 대한 ‘신분보장’을 폭넓게 인정한 데 따라 회사가 징계를 내릴 수 없어서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지난 10일 임원 폭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소속 사무장 조모씨에게 징역 1년, 노조원 양모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불구속기소된 노모씨 등 3명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폭력 혐의로 실형이 떨어졌지만 노모씨 등 3명은 판결 직후에도 회사에 계속 출근하고 있다. 조모씨와 양모씨도 형기만 마치면 회사로 복직할 수 있다. 쟁의기간 중 노조원에 대해 일체의 징계를 금지한 단체협상 조항 때문이다.

유성기업이 2010년 맺은 단체협상 113조의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에는 “회사는 정당한 노동쟁의행위에 대해 간섭·방해, 이간행위 및 쟁의기간 중 징계나 전출 등 인사조치를 할 수 없으며 쟁의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 처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쟁의와 무관한 폭력행위 등에 대한 징계 역시 쟁의 기간에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2013년 사내 폭력, 모욕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노조원 11명을 해고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관련 해고가 단체행동권을 침해할 수 있어 부당하다며 전원 복직 판결을 내렸다. 유성기업지회는 2011년 임단협과 관련해 시작한 쟁의 기간을 2012년 3월부터 87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유성기업 관계자는 “노조가 폭행, 감금 등으로 받은 유죄판결만 298건, 유성기업지회 소속 노조원 가운데 전과 3범이 넘는 사람만 26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 유성기업 근로자는 “폭력을 행사한 노조원들이 생산라인에 투입되면서 일반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주간 2교대 근무를 얻겠다는 원래 쟁의 목적은 사라지고 노조 수뇌부가 징계를 면하기 위한 ‘방탄 쟁의’를 벌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