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연간 20시간씩 해야 하는 공익활동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변호사는 전체의 3분의 1 정도가 공익활동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꼼수’를 부려 시간을 채우는 변호사들도 있다. 일부 변호사는 지금의 공익활동 의무제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로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단독] 변호사 10명 중 3명 '공익활동 외면'
4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익활동 의무 대상자(변호사) 1만2067명 가운데 3572명이 부여된 시간을 채우지 못했다. 미이행률이 29.6%로 1년 전(13.6%)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공익활동을 하지 않으면 그 시간만큼(1시간당 3만원) 법률 원조비를 내야 하는데 납부 실적도 저조하다. 2016년 법률 원조비 납부 실적은 5.2%(대상자 1493명 가운데 79명)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1.1%까지 떨어졌다. 공익활동 의무 미이행자 3572명 중에서 40명만 돈을 냈다.

공익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몇몇 법무법인은 공익 소송이나 무료 법률 자문을 진행하면서 사건 처리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리거나 공익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변호사를 끼워넣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일부 개인 변호사는 가짜로 활동 실적을 신고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어디에서 몇 시에 누구랑 무료 법률 상담을 했다고 적어 놓으면 누구도 확인하지 않고 넘어간다”며 “사무장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는 게 변호사들의 관행”이라고 털어놨다. 기업 소속 사내 변호사 사이에선 ‘직장 동료의 이혼 문제를 무료로 상담해줬다’는 식의 공익활동 보고도 적지 않다.

변호사의 공익활동은 법에 명시된 의무다. 변호사법 제27조는 변호사는 연간 일정 시간 이상 공익활동에 종사해야 한다고 규정한 뒤 공익활동 범위와 시행 방법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정하도록 했다. 대한변협은 이를 근거로 연간 20시간의 공익활동을 변호사에게 요구하고 있다. 굳이 무료 법률서비스가 아니더라도 불우이웃을 위한 연탄 배달 등 일반적인 봉사활동도 공익활동에 포함된다.

변호사 사이에서는 공익활동을 의무화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율 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등 변호사 59명이 변호사법 제27조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이유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헌법소원을 내면서 “변호사에게 공익활동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법률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며 “변호사의 양심의 자유와 직업 수행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찬희 서울변회 회장은 “변호사가 크게 늘어나면서 젊은 변호사를 중심으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공익활동은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 법률로 규정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익활동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변호사들이 공익활동 의무를 저버린다면 국민이 변호사 직군의 공익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