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 출신 현직 판사가 변호사 시절 의뢰인이었던 은행 사건의 재판장을 맡아 논란에 휩싸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단독재판부의 이모 판사는 지난 2월 캐나다 동포 A씨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환전 과정에서 은행 직원의 실수로 4711만원의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재판을 맡았다. 이 판사는 “은행 직원의 실수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하나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2월 경력법관으로 임용되기 전까지 변호사로 활동한 이 판사는 2014년 ‘모뉴엘 사태’의 배상 책임을 놓고 하나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벌인 소송에서 하나은행 측 대리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법관이 사건당사자의 대리인이었던 경우에는 재판에서 제척(배제)하도록 돼 있다. A씨는 지난 4월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이 판사의 판결이 무효라며 법원에 진정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경력법관이 각종 기관, 회사를 대리하다가 임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민사소송법 조항은 제척 사유를 ‘동일 사건’으로 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