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이 지난 19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행사장 앞에서 "교육감들은 자사고·외고 폐지에 앞장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 사진=사걱세 제공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이 지난 19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행사장 앞에서 "교육감들은 자사고·외고 폐지에 앞장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 사진=사걱세 제공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가운데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에 찬성하는 교육감은 절반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도 적지 않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다수임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다. 향후 정책 결정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 진보 교육감은 최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자사고·외고 일괄폐지 반대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교육감들이 자사고·외고 폐지에 반대하는 데다 진보 교육감 일부가 반대·유보 입장을 보이면서 ‘혼전’ 구도가 형성됐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교육감들의 취임 3주년 인터뷰, 기자회견을 비롯한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17개 시·도교육감 입장을 △찬성 7명 △반대 5명 △유보 5명으로 분류했다.

보수 성향 대구·경북·울산교육감은 ‘자사고·외고 폐지는 교육감 권한”임을 강조했다. 진보 성향인 전남·충북교육감까지 반대 의견을 냈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인위적이거나 대안 없는 폐지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는 입장. 김병우 충북교육감도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된다면 유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유보 입장도 적지 않았다. 진보 성향 민병희 강원교육감의 신중론이 대표적이다. 강원도 횡성의 유명 자사고인 민족사관고가 ‘지역 브랜드’로 자리잡은 탓으로 풀이된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진보 교육감이 자사고·외고 폐지를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폐지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교육감들 입장이 갈리는 이유는 세부 절차에 대한 판단이 다르거나 지역별로 자사고·외고 영향력에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지역별 온도차가 존재한다. “전국 자사고의 절반(23개교)이 몰린 서울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진보 교육감이라 해도 지역 내 자사고·외고에 대한 교육 수요를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해당 학교가 운영성과 평가기준을 통과하면 교육감이 이를 존중해 재지정하는 선의 절충안도 있다. 내년 선거를 앞둔 교육감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이 덜한 선택지다.

자사고·외고 폐지 방식은 ‘제도적 해법’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교육부가 설립 근거를 삭제하자는 것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제안했다. 전기와 후기로 나눠 선발하는 고입 시기를 일원화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이들 학교가 일반고에 앞서 우수학생을 선점한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했다. 모두 시행령 개정 사안에 해당된다. 교육청이 평가기준을 충족 못한 자사고·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중앙정부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교육부가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에도 해당 교육감 의견은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 기능의 시·도교육청 이양을 공식화했다. 교육 자치를 내건 만큼 각 교육청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다는 기조다. 민감한 교육 현안은 국가교육회의 심의를 거치겠다고 공언한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24일 김 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자사고·외고가 설립 취지에 부합하게 운영하도록 개선하는 등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국가교육회의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반면 사걱세는 “교육감이 지역 내 해당 학교 부모들 반대가 두려워 특권학교 폐지를 반대·지연한다면 국민 다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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