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칙으로 간주돼 온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대한 도전이 새 정부 들어 거세다. 교육계를 중심으로 “공무원에게도 정치적 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 나오는 양상이다. 교원사회를 넘어 공무원 사회 전반에 중립 의무가 과도하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편향성과 당파성을 드러내는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위배’라는 대법원 판결도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정치활동 허용하자" 봇물…위협받는 공무원 중립 의무
◆“정치활동 보장” 봇물 터진 요구

논란의 진원지는 서울교육청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지난 11일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새 정부 출범 등 변화된 상황에 비춰 볼 때 교사의 시국선언은 용인될 수 있음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시국선언은 2014년 5월 287명의 교사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사건이다. 교육부는 이들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2015년 6월 검찰에 고발했다.

12일에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거들고 나섰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 징계 문제에 대해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에서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교사들이 안타까운 마음에서 한 행동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논란은 교육계를 넘어 공직사회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선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박주민·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법토론회를 열고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를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공무원을 정치적 홍보 도구로 악용한 이승만 정권에 대한 반성이 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 허용됐다면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반(反)헌법적 사건은 발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원칙론만 피력하는 정부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중립을 보장함으로써 정치적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지위와 신분을 보장해야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같은 입법 취지는 사법부에서도 수차례 정당성이 검증됐다. 대법원은 2010년 ‘교원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 등을 국가공무원법 제66조 1항에서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로 규정했다.

관료사회는 명령과 복종의 수직체계이기 때문에 정치적 행동을 용인할 경우 공무원 사회 속성상 큰 혼란에 빠질 것이란 시각이 많다. 공무원은 강제권 행사의 특권이 있고, 정책 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엄격한 중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원칙론에 머물러 있다. 정만석 인사처 윤리복무국장은 “헌법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도록 돼 있고, 국가공무원법에도 정치활동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면서도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기준을 정립할 필요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해외 사례를 검토하고 연구 용역을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용/박동휘/임도원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