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대학생에 '꿈의 사다리' 이어준 어느 기업인
“한국 봉사자에게 피리를 배운 시각장애인 학생이 아리랑을 연주하는 모습을 본 뒤 ‘나는 어떤 걸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다.”

미르조알리예프 후시누트 씨(25·타지르국립상업대 세계경제무역학과)가 지난 22일 카자흐스탄 국제관계 및 세계언어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제9회 중앙아시아 성균 한글백일장(사진)’에 참가해 쓴 글이다. ‘진정한 행복’이 글제였던 백일장에서 후시누트 씨는 최우수상인 금상을 받았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게 꿈인 그는 “다른 사람과 행복을 나눌 줄 아는 인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성균관대는 2008년부터 해마다 중앙아시아에서 한글백일장을 열고 있다. 한국 문화를 확산하고 한국과의 교량 역할을 할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다. 이날 백일장에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 24개 대학에서 온 학생 40여명이 참가했다.

한글백일장은 현지에서 한국학,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에게 ‘꿈의 대회’로 불린다. 금상 은상 동상을 받으면 대학원 석사과정 전액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회 백일장 금상 수상자인 아이다로바 아이게림 씨는 성균관대에서 정치외교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카자흐스탄 외교관으로 근무 중이다.

성균 한글백일장은 예산 문제로 무산될 위기도 겪었다. 2008년 카자흐스탄, 2009년 우즈베키스탄에서 백일장을 연 뒤 예산 부족으로 2010년에는 행사를 하지 못했다. 김홍덕 이래CS 대표가 2011년부터 후원하면서 ‘꿈의 사다리’를 이어나가게 됐다.

성균관대 기계설계학과 78학번인 김 대표는 우즈베키스탄 한인회 부회장을 맡은 인연으로 중앙아시아와의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중견 자동차 부품사인 이래CS의 생산공장이 우즈베키스탄에 있다. 김 대표는 “한글백일장이 세계적으로 확대되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는 신한파이낸스도 후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