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가영 대리, 한예슬 사원, 안현상 과장.
왼쪽부터 김가영 대리, 한예슬 사원, 안현상 과장.
‘OOO 임상시험자 모집.’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상시험 광고다. 임상시험에 응한 수많은 피험자의 데이터를 수집·분석·관리하는 직업도 있다. 바로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자(CRO DM)다.

신약 개발은 제약사, 병원 그리고 임상시험의 전 과정을 대행해 주는 임상시험 수탁기관 CRO 등 세 곳의 합작품이다. 바이오산업 발전과 함께 새롭게 각광을 받는 곳이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다. 국내 토종 CRO 22곳, 해외 CRO 15곳 등 한국에는 모두 37곳의 CRO가 있다. 지난 22일 국내 최대 규모의 CRO인 LSK글로벌 PS(이하 LSK)에서 CRO DM 3인을 만났다.

CRO DM은 임상시험의 진행을 통해 임상시험 대상자(피험자)로부터 얻은 결과물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관리하는 업무다. 하지만 환자의 결과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많은 오류와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기에 이를 점검해 올바른 결과물을 내도록 돕는 일을 한다. 9년차 CRO DM인 안현상 과장(33)은 “깨끗한 데이터를 기초로 한 통계분석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임상시험은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며 “깨끗하고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만드는 게 CRO DM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런 CRO DM 일을 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LSK가 낸 인턴 모집공고에는 통계 전산 컴퓨터 정보처리 관련학과 전공자, 보건 계열학과 중 정보처리 통계 수학 물리 논리학 복수전공자로 돼 있다. 하지만 이런 전공의 토대 위에 CRO DM들은 객관적 사고, 꼼꼼함, 윤리성을 꼽았다.

김가영 대리(28)는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수정하거나 개입해 왜곡하면 안 되기에 윤리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예슬 사원(26)은 “임상시험의 방대한 지식 습득과 프로그래밍 스킬을 배울 수 있는 끈기와 배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적합하다”며 “데이터를 다루는 업무이기 때문에 꼼꼼함 또한 필요하다”고 전했다.

LSK는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 전문가 양성 인턴을 통해 CRO DM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6개월 동안 실무자에게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을 받으며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 전문가로 양성되는 프로그램이다. 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은 90% 이상으로 지난 7년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15명이 정식 입사했다.

김 대리는 여성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CRO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아 남성 채용을 늘려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LSK의 한 층은 여성이 대부분이어서 남성 화장실을 여성 화장실로 개조할 정도죠.”

한씨는 “임상시험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임상시험은 안전한 의약품 제조 개발에 꼭 필요한 단계다. 이 과정을 거쳐 탄생한 신약들이 한 생명을 살리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며 우수 인재들이 지원을 많이 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