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황제'로 불리는 미국 샌즈그룹의 셀던 아델슨 회장이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했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카지노로 대박을 터뜨린 데 이어 한국에서도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델슨 회장은 하루만 머물고 발길을 바로 돌렸다. 정부 관계자는 아예 만나지도 않았다. 한국은 카지노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해 사업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는 것이 당시 아델슨 회장을 접촉했던 한국관광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델슨 회장과 동행했던 마이클 레빈 샌즈그룹 사장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지리적으로나 인프라 측면에서 성공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내국인 입장이 제한되는 등 규제가 심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카지노산업 경쟁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카지노를 사행산업으로 여겨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탓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17개의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다. 수도권 4곳,제주에 8곳,강원도 · 부산 등에 5곳 등이다. 이 중 내국인이 입장할 수 있는 곳은 강원랜드뿐이고 베팅 금액도 제한돼 있다. 나머지 16곳은 모두 외국인 대상으로 파라다이스워커힐카지노,세븐럭카지노 등 호텔과 함께 운영되는 소규모 카지노가 대다수다.

작년 매출은 강원랜드가 1조1538억원,나머지 16곳은 통틀어 9212억원에 불과하다. 연간 매출이 1600만원에 그친 곳도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운영하는 3곳과 파라다이스그룹의 5곳을 제외하면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우리나라의 아시아 카지노 시장 점유율이 2001년 19.7%에서 2012년 9.6%로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오남 GKL 사장은 "청정 도덕국가로 불리는 싱가포르가 왜 카지노산업에 뛰어들었는지,왜 일본이 뒤늦게 카지노에 진출하려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화 벌이와 고용 창출에 효과가 큰 효자산업인 카지노를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하는 시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