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최근 서울 목동 재건축 단지에 부동산 신탁회사 간 영업 경쟁이 한창이다. 서울시 인허가와 시공사 협상 등의 전문성을 내세워 도시정비사업지 공약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건설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로 조합이 ‘시공 계약 해지’까지 강행하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전문가에게 협상을 맡기는 신탁 방식 재건축을 검토하는 정비사업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목동 6개 단지 신탁 방식 검토 중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안전진단을 통과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2개 단지 중 6개 단지가 신탁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목동 14단지는 가장 먼저 KB부동산신탁과 예비신탁사 업무협약(MOU)을 맺고 정비계획안을 양천구에 제출했다. 목동 3·5단지는 조만간 신탁사 선정에 관한 설문조사를 할 예정이다. 목동 7단지는 이달 예정됐던 설문 일정을 미뤄 추가 설명회를 열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목동 9단지는 한국자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했다. 한 조합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준비위 직원에게 매일 전화가 걸려 올 정도로 영업이 가열된 상태”라고 전했다.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은 목동 재건축 단지를 돌며 매주 설명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천구로 넓히면 신월시영(1988년 준공)이 코람코자산신탁·KB부동산신탁 컨소시엄과 예비신탁사 선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사비 쇼크'에…대안으로 뜬 신탁 재건축
2018년 신탁사 열풍이 불었다가 사업 지연으로 줄소송이 벌어진 서울 여의도에서도 신탁 방식 재건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작·은하아파트가 각각 KB부동산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했다. 대규모 재개발 사업에서도 신탁사가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21일 서울 창신동 창신9·10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와 신탁 방식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구역은 작년 말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선정되면서 2660가구에서 4000여 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공사비·대출이자 협상 ‘대타’

도시정비사업지가 신탁 방식 재건축을 검토하는 건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로 조합이 난항을 겪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이 건설사·금융사 출신 인력으로 구성된 신탁사를 공사비(건설사) 및 금융비(대주단) 협상에 내세울 ‘대항마’로 고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출금리 경쟁력도 신탁사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일부 단지에선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를 선정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이주비 대출이나 중도금 대출금리를 낮게 적용받을 수 있어서다. 사업비 대출과 관련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기도 쉬워지고, 금융지주의 신용 보강을 통해 금리도 낮아진다. 서울시 인허가 과정에서도 사업시행자 방식의 경우 조합설립추진위와 조합설립인가 등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건 단점으로 지적된다. 목동과 여의도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2000가구 이상 재건축 성공 이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사는 분양대금의 1~2%를 수수료로 떼어간다. 사업비 조달금리와 관련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 조합 관계자는 “계약서에 금리를 확약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이 문제가 된 것처럼 신탁사의 금리 수준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 걸림돌은 토지 면적 3분의 1 이상을 신탁 등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계약 해지 때 “토지 등 소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조항을 넣는 등 불공정 계약 소지가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한 재건축 전문 변호사는 “실질적인 토지 소유권이 신탁사로 넘어가게 되는데 주민이 신탁 방식을 취소하는 등 의사 결정이 바뀌면 신탁사가 소유권 이전을 거부해 소송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