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일대 / 사진=연합뉴스
인천 송도 일대 /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전세 끼고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가 늘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 이후 집값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한 경기 화성시, 인천 연수구, 경기 수원시 영통구 등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제 바닥 다 왔나?…화성·수원·인천서 갭투자 '꿈틀'
1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화성시에선 수도권 시·군·구 중 가장 많은 75건의 갭투자가 이뤄졌다. 이어 경기 평택시(51건), 인천 연수구(48건), 경기 남양주시(41건), 서울 송파구(38건), 수원시 영통구(34건) 등 순이었다. 아실은 아파트 매매 후 직접 거주하지 않고 3개월 내 전·월세 계약을 체결하면 갭투자로 분류한다.

화성시 병점동 병점역에듀포레 전용면적 75㎡는 지난달 5일 3억원에 팔린 직후 보증금 2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매수자는 실투자금 3000만원을 들여 아파트 한 채를 사들인 셈이다. 이 주택형은 2021년 7월 4억17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체결된 전세 계약 보증금은 1억9000여만원으로 매매가와 전셋값 간 갭이 2억2000만원이 넘었다. 2년 전만 해도 이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2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자금 부담이 절반 아래로 줄어든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석 달간 중개한 매매 계약의 절반 가까이가 갭투자였다”며 “서울, 경기는 물론 지방에서 집을 보러 온 사람도 더러 있었다”고 전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센트럴시티 전용 59㎡도 지난달 4억5000만원에 매매 거래된 뒤 보증금 4억3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수원시 영통구에선 매탄동 삼성2차 아파트 전용 74㎡가 지난달 2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돼 매매가와 전셋값 간 차이가 4500만원에 불과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인천 연수구(하락률 -15.10%)와 수원시 영통구(-14.99%), 화성시(-13.22%)는 작년 수도권 집값 하락률 2·4·6위를 각각 차지했다. 전셋값보다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투자자 유입이 늘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매와 달리 기본 계약 기간(2년)이 있는 전세는 가격 하락 속도가 더딘 편”이라며 “특히 집값이 급락한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더 뚜렷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갭투자가 쉬워진 것은 맞지만, 전셋값도 하락하는 추세여서 자칫 집주인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