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주택이 작년 말 기준 총 6만8107가구로, 한 달 새 1만 가구 넘게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이 쌓인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   한경DB
전국 미분양 주택이 작년 말 기준 총 6만8107가구로, 한 달 새 1만 가구 넘게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이 쌓인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 한경DB
전국 미분양 주택이 한 달 새 1만 가구가 급증하며 9년여 만에 최대치인 7만 가구에 육박했다. 정부가 설정한 ‘위기선’인 6만2000가구를 훌쩍 뛰어넘으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개월 연속 1만 가구씩 미분양이 늘면서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지 1월 17일자 A1, 3면 참조

악성 미분양도 급증…대구 ‘극약처방’

한 달에 1만가구…'미분양 레드라인' 넘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이 총 6만8107가구로 전월에 비해 17.4%(1만80가구) 증가했다고 31일 발표했다. 2013년 8월(6만8119가구) 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11월 1만810가구가 늘어난 데 이어 2개월 연속 1만 가구대 증가폭을 보였다.

2021년 1만7710가구에 그치던 전국 미분양 주택은 작년 한 해 동안에만 5만397가구 늘었다. 불과 1년 새 4배로 급증했다. 업계에선 지금 추세라면 연내 미분양 주택 수가 10만 가구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설사들이 누락한 물량과 통계에서 제외된 오피스텔까지 포함하면 미분양 주택은 공식 통계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가팔랐다. 지난해 12월 지방의 미분양 주택 수는 5만7072가구로 전월(4만7654가구) 대비 19.8%(9418가구) 늘었다. 수도권은 1만1035가구로 6.4%(662가구) 증가했다. 수도권에서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이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국적으로 5.7%(408가구) 늘어난 가운데 수도권은 22.9%(241건)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전국 미분양 1위인 대구는 신규 주택건설사업 계획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 수는 1만3445가구로 전국의 20%를 차지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택 사업자가 요건을 다 갖춰 승인을 요청하면 무작정 반려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승인 보류 카드도 한시적으로밖에 쓸 수 없는 정책이라 후분양이나 임대 전환 등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증세 우려…지방 물량 해소부터”

전문가들은 미분양 주택 수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기록한 역대 최대치(16만5641가구)에 비해선 적은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른 데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의 규제를 전면 해제하는 등 ‘1·3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빠르게 쌓이고 있는 전국 미분양 주택이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미분양 확산은 가뜩이나 움츠러든 수요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가 수도권에 집중돼 오히려 지방의 미분양 확산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청약을 마감한 충남 서산 해미 이아에듀타운(80가구)은 단 3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소폭 하락할 조짐이지만 주택 시장 분위기를 돌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다. 오히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년보다 증가해 ‘빈집 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44만3000가구로 전년(35만6891가구)보다 24.13% 많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당장 사들이는 식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보단 시장 논리에 따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미분양 주택의 절대적인 위험 수준이 지역별로 편차가 있기 때문에 지방 주택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시장에서 지방 미분양 물량이 소화될 수 있는 추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정/박종필/유오상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