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환·문화재 등 고비 넘은 잠실 진주, 드디어 끝이 보인다 [심은지의 재건축 핫플]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 아파트는 올 하반기 일반분양에 나서는 강남권 '재건축 대어'다. 기존 헌 아파트 1507가구 자리에 2678가구(일반분양 819가구)의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 시공사는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서울 올림픽공원과 맞닿아 주변에 녹지가 많다.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과 2호선 잠실역, 9호선 한성백제역도 가깝다. 입지와 교통, 환경 등에서 새로운 잠실 대장주로 관심이 뜨거운 이 단지는 여느 재건축 사업장보다 험난한 고비를 넘겨왔다.

◆조합 설립도 쉽지 않았다…소형 VS 대형 소유주

1980년 지어진 이 단지는 2002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다. 2006년 안전진단까지 통과했지만 2015년 조합 설립까지 갈등의 골이 깊었다. 우선 소형과 중대형 소유주의 의견 차가 컸다. 전용 59~148㎡ 등 소형과 중대형 평형이 섞여 있는 단지라 이들의 이익을 조정하는 게 어려웠다. 대형 평형 소유주는 토지 지분대로, 소형 평형은 시세대로 평가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재건축을 반대하는 대형 평형 소유주들의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았다. 전용 82㎡ 이상 중대형 평형은 진주 아파트 전체 1507가구 중 900가구(60%)에 달했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 설립 과정에서 추진위원들끼리 보이콧하고 해임소송까지 벌어졌다"고 회상했다.

양상이 바뀐 건 재건축추진위원회가 '1+1 재건축'을 내세우면서다. 대형 평형 소유주는 재건축 후 소형 2가구를 분양받는 길이 열렸다. 전용면적 내에서 추가 분담금 없이 2가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추진위 계획에 대형 평형 소유주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2015년 재건축 조합이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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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초환 피하려 '벼락치기 총회'했지만...재검증에 마음 졸여

2018년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 예고되자 잠실진주 재건축 사업은 이를 피하기 위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발생한 일정 이익(당시엔 3000만원 초과 금액)에 대해 세금으로 내는 제도다. 면제시한인 2018년 1월 전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기 위해 진주아파트는 '벼락치기 총회'를 했다.

2017년 5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조건부 통과한 이후 그해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직후인 12월 관리처분총회를 열어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에서 벗어난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18년 2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부담금 면제 여부가 타당한지 관리처분 신청서에 대한 정밀 실사에 들어가면서 주민들은 다시 부담금 공포에 빠졌다. 12월 관리처분 '벼락치기 총회'를 한 단지 중에 최소 2~3곳은 신청서가 반려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흉흉한 소문이 도는 와중에 송파구가 정부의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토에 대해 반기를 들면서 잠실진주도 한숨 돌리게 됐다. 당시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있는 해당 자치구와 국토부와 서울시의 기 싸움이 팽팽했다. 이 과정에서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이 예상한 이주 시점이 자꾸 밀리게 됐다. 재건축 사업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주거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조합원들의 불만은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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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처분인가 취득 '환호'…끝인 줄 알았지?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은 2018년 10월 가까스로 송파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다. 작년 12월 말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이번 결정으로 최종적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게 됐다. 드디어 이주와 철거에 들어가면서 재건축 사업이 정상화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정부의 다주택자 대출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1+1' 재건축 조합원들이 이주비를 못 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정부가 입주권까지 주택으로 간주하기로 하면서 주택 한 채를 보유했으면서도 '1+1 재건축'을 신청한 조합원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잠실 진주에선 약 350가구가 '1+1 재건축'을 선택한 상황이었다. 금융당국이 막판에 '1+1 재건축'을 신청한 1주택 보유 조합원만 이주비 대출을 허용하겠다고 방침을 바꾸면서 잠실진주는 당초 계획대로 이주를 진행하게 됐다.

이주를 마친 2019년 8월. 다음은 착공 순이었지만 이번엔 서울시가 발목을 잡았다. 서울시는 이 단지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공공성 확보 기준 등을 따를 것을 요구했다. 특별건축구역은 도시경관 보호, 창의적인 디자인 유도 등을 위해 서울시가 지정하는 구역이다. 잠실 진주에는 조화롭고 창의적인 디자인,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주거 유형 도입 등이 조건으로 붙었다. 2017년 도입된 교육 환경영향평가도 쉽지 않았다. 잠실진주는 학교 일조권 문제로 288가구를 줄여야 했다. 이주를 마친 지 2년이 지난 2021년 12월이 돼서야 착공이 이뤄졌다.

◆삼국시대 유물도 해결 완료…이제 분양시장 '대어'로

일반적으로 재건축 사업장은 착공이 이뤄지면 거의 막바지다. 물론 요즘엔 분양가와 공사비 문제가 만만치 않지만 잠실진주 사업장엔 문화재까지 나왔다.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삼국시대 유물인 유구가 발견된 것이다. 재건축 사업지에서 유물이 발견되면 조합이 용역업체를 고용해 정밀 발굴조사를 한 후 조사 결과를 문화재청에 제출하면 문화재 보존 방식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

사업이 장기화할 위기였지만 또 한차례 고비를 넘겼다. 송파구가 유물이 미출토된 일부 구역에 대해서는 공사를 진행토록 하고 문화재청 심의 결과 구역 내 기부채납 예정인 어린이공원 내 이전 보존을 조건으로 가결을 끌어냈다.

잠실진주는 새 이름인 '잠실래미안 아이파크'로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일반 분양과 입주가 남았다. 입지와 교통, 환경 등 팔방미인 아파트로 자리매김할 지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