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의 아파트촌.  /사진=한경DB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촌. /사진=한경DB
대구 부동산 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집값이 너무 높다는 인식이 수요자들 사이에 확산한 데다 '공급 폭탄'까지 겹치면서 집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규제로 거래가 활발하지 못한 점도 집값에 악영향을 미쳤다.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격 ‘뚝’…주춤한 대구 부동산 시장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P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11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마지막 거래인 13억3000만원(1월)보다 2억3000만원 내린 수준이다.

같은 동에 있는 E 아파트 전용 84㎡ 역시 지난달 7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는데, 지난해 마지막 거래인 8억2000만원보다 7000만원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작년 신고가 10억3000만원에 비해선 2억8000만원 급락했다.

대구 외곽 지역에서는 집값 내림세가 더 두드러진다. 동구 율하동에 있는 H 아파트 12단지 전용 125.2㎡는 올 1월 6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거래된 6억4100만원보다 4100만원 내렸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중구 대신동의 X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6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작년 마지막 거래 6억4000만원(12월)보다 4000만원 떨어졌다. 지난해 최고가인 7억5000만원(2월)보다는 1억500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북구 칠성동2가에 있는 G 아파트 전용 84㎡도 이달 6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는데, 작년 8월 마지막으로 거래된 7억8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떨어졌다. 침산동에 있는 P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5억4800만원에 팔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인 6억4000만원(10월)보다 92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집값 고점 인식·‘공급 폭탄’에 집값 움찔

시장 전반에 확산한 침체 분위기와 집값 고점 인식 확산 등이 대구 집값이 주춤한 이유로 지목된다. 수성구 범어동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국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대구 역시 주춤한 분위기다. 수요자들 사이에서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며 “(하락 거래가 있긴 하지만) 수성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동구, 중구 등 외곽부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고 전했다.

집값 부진 원인 가운데는 공급 폭탄도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플랫폼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대구에선 올해에만 1만9812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작년 1만6904가구보다 더 늘어난 수준. △2023년 3만2623가구 △2024년 2만494가구 △2025년 4261가구 등 내년부터 2025년까지 공급된 가구 수만 5만7378가구에 달한다. 2019~2021년 3년간 공급된 3만8047가구보다 1만9331가구(50.80%) 많은 수준이다.

대구 동구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구 외곽지 중심으로 공급 물량이 많이 풀리다 보니 집값이 영향을 받는 것”이라며 “물량을 받을 수요자들은 적은데 공급은 계속 늘어나면서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가 규제로 묶인 점도 집값을 끌어내린 이유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12월 달성군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구시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심지어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다. 규제지역이 되면 대출, 세제, 전매 제한 등에 제약을 받는다. 수성구 범어동 소재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구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면 투자 수요마저 끊겼다. 집값을 지탱하는 수요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구 아파트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구 아파트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수성구 D 공인 관계자는 “3월 대선을 앞두고 더 조용한 것도 있다. 매도인, 매수인 모두 상황을 살피고 있다”며 “대선 이후엔 공급 물량이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 주(21일) 기준 대구 집값은 0.13%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15일) 이후 15주 연속 하락 중이다. 올해 들어서만 0.59% 하락했다. 대구 8개 구(區) 집값이 모두 내림세다. 달서구가 1.01%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고 △동구 –0.74% △수성구-0.50% △중구 –0.48% △달성군 –0.40% △서구 –0.33% △남구 –0.29% △북구 –0.23% 등의 순이다.

매물도 쌓이고 있다. 아파트실거래가 어플리케이션(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대구 매물 수는 2만7041건에 달한다. 연초 2만5782건보다 1259건(4.88%) 증가했고, 작년 같은 기간(1만8085건)보다는 8956건(49.52%) 늘어났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