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세종의 집값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전광역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들어 1.23% 누적 상승해 ‘세종시 블랙홀’에서 벗어났다. 반면 세종특별시 집값은 올 들어 3.58% 하락했다. 대전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기대가 커져 나홀로 상승했지만, 세종은 아파트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맞물려 희비가 엇갈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정비사업 기대 '뛰는' 대전…공급과잉 우려 '기는' 세종 집값
서울과 인천을 제외한 전국 집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전만 상승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대전은 전주 대비 0.13% 상승해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주 0.12% 오른 데 이어 이번주 상승폭을 소폭 늘려 18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많은 중구와 신규 아파트 분양이 이뤄진 유성구를 중심으로 급상승했다. 서구와 유성구 집값은 0.15%, 중구는 0.10% 상승했다. 서구 둔산동 크로바 아파트 전용 134㎡가 지난 7월 11억원에 거래되고, 탄반동 e편한세상 둔산1단지 전용 84㎡ 분양권이 2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6억5230만원에 거래되는 등 신고가를 잇달아 갈아치우고 있다. 대전 중구 김지연 공인중개사는 “서구와 유성구에 최근 5년간 공급 물량이 적어 신축과 구축을 가리지 않고 희소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세종시 아파트값이 고공행진하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대전으로 갭투자자나 정비사업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대전 정비사업 전문 열정공인의 이정열 대표는 “학교·도로 등 기반 시설이 잘 구축된 중구 등 원도심에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최근 투자 수요가 급격하게 많아졌다”며 “세종시 집값이 수직상승해 투자비용이 높아지다 보니 소액 투자자들이 대전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의 높은 집값과 공공기관 이전 종료에 따라 대전으로 돌아오는 ‘유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전과 세종의 가격 추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동안 공급 부족을 겪던 대전에 새 아파트 공급이 이뤄졌고, 수도권에 비해 규제가 적어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대전은 2014년 이후 총 1만730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됐지만, 세종은 3만2371가구가 공급돼 차이를 보였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세종의 막대한 아파트 공급에 밀려 대전의 분양시장이 최근 5년간 위축됐다”며 “대전은 아파트 공급 부족을 겪고 있지만 세종은 아파트가 과잉 공급돼 이런 집값 추이가 향후 2~3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