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일 발표한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은 강남북 교통 격차를 줄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신설되거나 연장되는 노선,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는 노선 등이 모두 비강남권에 자리잡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옥탑방살이’를 마치고 내놓은 강남북 균형발전 사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다만 노선 개통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통과도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서울시가 2015년 발표한 ‘1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계획’에 포함된 노선 10개 중 실제 착공한 노선은 1개에 불과하다.
목동·면목선 등 4개 경전철 재정사업 전환…예타 통과 여부가 관건
강북횡단선, 유일한 신설 노선

이번 계획에서 규모가 가장 큰 노선은 강북횡단선이다. 양천구 목동과 동대문구 청량리 사이 25.72㎞ 구간을 잇는다. 2~3량 규모 경전철로 추진한다. 사업비 2조546억원을 투입해 정거장 19개를 짓는다. 유일한 신설 노선이다. 환승 구간이 많아 ‘강북의 9호선’으로 불린다. 분당선, 경의중앙선, 1·3·4·5·9호선 등에서 환승 가능하다. 서울시는 “서울연구원 용역 결과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기존부터 추진해온 면목선 난곡선 목동선 우이신설연장선 등 4개 경전철은 노선 변경 없이 추진한다. 대신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고 환승역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들 4개 노선은 2015년 제1차 도시철도망 계획에 담긴 철도다. 그러나 민자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장기 표류 중이다. 서울시는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재추진키로 했다. 서부선은 기존 새절~서울대입구역 구간에 대피선을 2개 추가해 완·급행 열차 운행이 가능하도록 보완했다.

신림선과 서부선은 각각 위아래로 연장한다. 남쪽으로는 서부선의 종점을 기존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 정문까지 늘려 신림선과 연결할 계획이다. 연장 구간은 1.7㎞다. 연장 뒤 관악주차장역(예정)이 신림선·서부선 환승역이 된다. 서울대 내부(기숙사·본부)를 경유하는 노선도 검토됐으나 서울대가 사업비를 분담하기 어렵다고 밝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림선 종점은 기존 샛강역에서 서부선 여의도성모병원역(한양아파트 앞 사거리)까지 연장한다. 여기에 신림선·서부선 환승구간을 설치할 계획이다. 2017년 착공한 신림선은 2021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기존 지하철 노선은 개량한다. 4호선은 당고개~남태령 구간 급행화를 추진한다. 짧은 역 간 거리와 낮은 속도로 출퇴근 시 효율이 저하됐다는 게 주된 이유다. 5호선은 공사 중인 하남선 운행을 고려해 둔촌동~길동~굽은다리역을 직선으로 연결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길동과 둔촌동을 오가려면 강동역을 거쳐야 했다. 개통 뒤엔 환승 없이 둔촌동에서 고덕까지 갈 수 있다.

경제성은 낮으나 지역균형발전 지수가 높은 난곡선 금천 연장(난향동~금천구청), 7호선 급행화 등은 후보 노선으로 선정돼 추후 사업타당성을 재검증할 계획이다. 9호선 4단계 추가 연장 노선(고덕강일1~강일)은 이번 계획에 ‘조건부’로 포함됐다. 2021년 강일~미사 구간과 함께 광역철도로 지정되면 추진하겠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세금 먹는 하마 될 것”

서울시는 이들 노선을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착공해 202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계획대로 개통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기획재정부 예타가 가장 큰 변수다. 이는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을 대상으로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등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대부분 철도 사업은 예타에 발목이 잡혀 지연되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은 계획에 담긴 지 7년 만에 예타를 통과했다.

예타 뒤에도 남은 절차가 수두룩하다. 기본계획 수립, 실시협약 협상 등에 2년이 걸린다. 협약을 맺은 뒤엔 실시설계,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착공까지 통상 1년이 소요된다. 공사기간은 최소 5년이 걸린다. 9호선 3단계 연장 구간은 예타 통과 후 개통까지 13년 걸렸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절차가 복잡하고 변수가 많다 보니 실제 계획대로 개통하는 철도 노선이 10% 미만에 그친다”고 말했다.

막대한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계획의 총사업비는 7조2302억원 규모다. 민간 사업비(8966억원)를 제외한 재정 투입 규모만(국비 2조3900억원, 시비 3조9436억원) 6조3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계속 줄어 신규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김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본부장은 “SOC 예산이 2021년 16조2000억원까지 감소할 예정이어서 신규 사업을 벌일 여지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획대로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철도 전문가는 “대부분 2~3량 규모의 경전철이어서 적자 운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7년 파산한 의정부경전철은 4년10개월간 누적 적자가 3600억원에 달했다. 승객 수는 개통 후 줄곧 예상 수요의 40% 아래에 머물렀다. 용인시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068억원을 용인 경전철 적자를 메우는 데 쏟아부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