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이 14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 규모(45만4004가구) 입주와 극심한 지방 경기 침체가 원인이다.
아파트 전셋값 14년 만에 떨어졌다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2.4 6%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이 2004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큰 낙폭(1~10월 기준)이다. 마이너스 변동률 또한 2004년 이후 14년 만이다.

거제는 -22.83%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연간 전셋값 낙폭으로는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수월동 거제자이 전용면적 84㎡는 2년 전만 해도 2억9500만원에 전세 거래됐지만 지난달엔 1억9500만원에 세입자를 받았다. 또 경기 안산(-13.33%)과 안성(-11.88%), 경북 경주(-10.52%), 충남 서산(-10.16%), 경기 평택(-9.61%), 울산(-9.47%) 등도 10% 안팎의 낙폭을 기록했다. 대부분 새 아파트 입주가 몰리거나 주력 산업이 무너지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지역이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을 넘어 집값이 2년 전 전셋값 아래로 떨어진 ‘깡통주택’도 속출하고 있다. 이 경우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 서산시 동문동 동문코아루 전용 59㎡의 현재 매매호가는 1억6000만원, 2년 전 전세가격은 1억9000만원(현재 1억원)이다. 깡통주택 위험이 커지면서 지난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신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출시 이후 월별 최고치(1조8625억원)를 기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연간 기준으로 전국 전셋값 하락률이 4%대에 다가설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가격 약세가 내년 매매가격 약세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형진/민경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