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에서 시작된 주민들의 아파트값 담합 행위가 강동구 고덕동,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위례·판교신도시 등 준(準)강남권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06년 강남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집값 담합이 12년 만에 곳곳에서 재현되는 양상이다.

7일 왕십리뉴타운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왕십리 센트라스’ 아파트 입주민들은 정상 매물을 인터넷 포털에 올린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어 “이 동네에서 장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협박했다.

또 입주민 절반이 가입한 카페에 중개업소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올리면서 “저가 매물을 올리는 중개업소를 이용하지 말자”고 독려했다. 위례신도시 ‘위례 롯데캐슬’ 입주민들은 엘리베이터에 “특정 가격 이하로 팔지 말자”는 유인물을 붙였다. 호가가 낮은 포털 매물은 허위 매물로 신고해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게 막았다. 그 결과 포털에 등록된 매물이 완전히 사라졌다.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용산구 동부이촌동,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서초구 반포동 소규모 아파트 단지, 위례·광교·분당·판교신도시 등에서도 비슷한 담합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남과의 집값 격차를 좁히기 위한 시도라고 중개업소들은 설명했다.

김형규/민경진/양길성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