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8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사업 계획과 투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8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사업 계획과 투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개별 기업 노조의 집단탈퇴를 막는 상급단체 규약의 ‘독소조항’을 폐지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자유로운 노조 가입과 탈퇴를 방해하는 관행을 ‘노조 부패’로 판단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등은 규약을 통해 산하 노조의 집단탈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탈퇴를 시도하는 노조에 임원 제명은 물론 소송 등 실력행사도 서슴지 않는다.

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이르면 다음주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를 상대로 규약의 집단탈퇴 금지 조항 철폐를 요구하는 시정명령 절차에 나선다. 고용노동부도 비슷한 규약을 가진 전국공무원노조에 시정명령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조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은 지방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정식으로 내려진다.

정부가 노조의 집단탈퇴 금지 규약을 위법으로 판단하고 행정 조치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금속노조는 지난해 말 포스코지회가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하자 규약을 근거로 조합 임원을 대거 제명했다. 사무금융노조는 탈퇴를 선언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노조를 상대로 무효확인과 수억원대 조합비를 청구하는 ‘뒤끝 소송’을 벌이고 있다.

노조 집단탈퇴가 논란이 되자 고용부는 작년 말 금속노조의 포스코지회 제명이 위법하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번에는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 규약의 집단탈퇴 금지 조항 자체를 없애는 쪽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경제계와 노동계에서는 집단탈퇴 금지가 사라지면 거대 기득권 노조 위주의 노동운동 관행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형주/곽용희/강경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