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 사진=연합뉴스
8일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경선 2차 컷오프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본경선에 진출한 홍준표 후보가 당원 투표 등 세부 결과를 미공개한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당원들에게 "아쉽다"고 했다. 경선 당사자도 세부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홍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여론 플레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 후보는 이날 컷오프 통과 후 당원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내며 "세부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당 선관위의 결정은 아쉽지만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 결과는 당원 여러분이 알고, 또 국민 여러분이 알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세부 결과 미공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이날 오전 당 선관위는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가나다순) 후보가 2차 컷오프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선관위는 지난 6~7일 4개 조사기관에 의뢰해 표본집단 3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당원 투표 30%·여론조사 70% 비중으로 반영해 최종 결과를 도출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12항에 의거해 예비경선의 여론조사 지지율 및 순위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후보가 세부 결과 미공개에 아쉽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홍 후보가 당내 '2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윤석열 후보를 앞섰기 때문에 이 같은 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만약 세부 결과를 공개했다면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뉘앙스가 발언 기저에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전문가와 당 선관위 측은 "후보 본인도 세부 결과를 알 수 없다"며 가능성을 전면 차단했다. 아울러 홍 후보가 '여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지적도 함께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홍 후보가 다른 후보들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아쉽다', '고맙다'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 본인도 컷오프 세부 결과에 대해서는 알 수 없을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당원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내 '홍 후보가 우세하다'고 믿게 만들려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른 후보 진영도 (홍 후보와) 비슷하게 한다"며 "2차 컷오프 결과와 관련해서 누가 더 높다느니 낮다느니 이런 지라시가 많이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선 후보 당사자 역시 컷오프 세부 결과를 알 수 없다"면서 "현재 유포되고 있는 추측성 수치는 국민의힘 제2차 컷오프 경선 결과가 아니며, 공직선거법에 위배되는 공정경선 저해 행위"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발표된 국민의힘 2차 컷오프 결과에 따르면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가나다순) 후보가 본경선에 진출했다. 안상수·최재형·하태경·황교안 후보는 탈락했다. 본경선에 진출한 4명의 후보는 내달 4일까지 7번의 권역별 순회 토론회와 3번의 일대일 맞수 토론을 하게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