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청와대 페이스북
출처=청와대 페이스북
'25세 대학생'인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으로 정치권 안팎이 시끄럽습니다. 야권을 중심으로 "일반적인 청년들은 행정고시를 통과해도 정년퇴직 전까지 1급을 달기도 어렵다"는 등의 불공정 논란이 뜨겁습니다.

청와대와 여권은 "그럼 별정직을 시험 봐서 뽑자는 것이냐", "36세 야당 당대표도 탄생한 마당에 무슨 논란이냐"는 등 반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오늘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스펙을 가진 남성 엘리트로 가야 하느냐"는 언급까지 했습니다. 박성민 청년비서관 논란이 결국 젠더 논란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는 젠더 문제에 대해 민감한 듯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한 기자회견 와중에 "우리 여성 기자는 손 들지 않습니까? 한국은 여성 기자 없나요?"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임명과 관련한 부적격 논란에 대해서도 "여성 진출이 가장 적은 분야가 과학기술 분야다. 성공한 여성의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임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전 청와대가 올렸던 문 대통령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간 회담 사진이 이목을 끕니다. 청와대가 지난 17일 공개한 이 사진에서 한국은 문 대통령을 비롯해 7명이, 스페인은 산체스 총리를 포함해 8명이 각각 회담자로 참석(테이블 가운데 후안 이그나시오 모로 주한스페인 대사 제외)했습니다. 그런데 성별을 살펴보면 스페인은 과반인 5명이 여성인 반면, 한국은 여성이 한명도 없습니다.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외교정책비서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형진 국가안보실 2차장, 정부 부처에서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상훈 주스페인한국대사 등 전원이 남성입니다.

물론 이 사진 한장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여성'을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 눈에 띄는 청와대 청년비서관만 여성 대학생으로 임명하면서 여성·청년 표심을 공략하고, 정작 주요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 부처 고위 관료들은 '화려한 스펙을 가진 남성 엘리트'로 채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최근 임혜숙 장관 임명 사례도 있지만, 부적격 논란이 큰 인사를 임명하면서 기계적인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청와대가 '보여주기식 인사'에 앞서 우리 사회에 '유리 천장'을 깰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