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4차 재난지원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4차 재난지원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주자 간 ‘경제 아젠다’ 경쟁에서 ‘돈 퍼주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기본대출 등 ‘기본 시리즈’와 정세균 국무총리의 ‘자영업 손실보상제’ 등 확장적 재정정책에 맞서 아동수당 확대 등 신복지국가 건설이란 차별화 방안을 제시했다. 다음달 9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여당 당대표로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떨어지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 대표도 ‘현금복지 확대’라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민주당과 정부에 따르면 아동수당 확대를 위한 재정은 연간 약 6조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는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소득을 따지지 않고 월 10만원의 수당을 주고 있다. 지난해 아동수당 지급 대상은 총 264만 명으로, 총 3조16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 대상을 만 18세 미만으로 확대하면 514만여 명이 추가로 지급받게 된다. 아동수당에만 연간 총 9조4000억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간다.

아동수당 확대는 여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이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2018년 11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프랑스는 아동수당을 18세까지 지급해 아이에 대한 양육비를 국가가 부담해왔다”며 아동수당 확대를 주장했다. 아동수당을 만 18세 미만까지 주는 국가로는 프랑스 외에 독일, 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가가 있다. 다만 프랑스는 둘째 자녀부터 지급한다. 일본은 중학생까지만 아동수당을 주고 있고, 미국은 아동수당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전 국민 상병수당은 업무와 관련없는 질병 또는 부상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일할 수 없게 될 경우 근로자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관련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 재정 추계에 따르면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하면 연간 8000억~1조7000억원의 추가 건강보험 재정소요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 국민 상병수당은 법안 발의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고민과 강구 없이 상병수당 강제화를 추진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동수당 확대에만 年 6조 드는데…불쑥 꺼낸 '이낙연표 복지'
2011년 이후 매년 흑자였던 건보 재정 수지는 2018년 1778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2019년엔 재정 적자규모가 2조8243억원까지 커졌다. 지난해에도 1~3분기 2조6294억원의 적자를 냈다. 고령화로 급증하는 의료비 지출 속도에 정부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로 기름을 부은 탓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런 추세라면 현재 약 15조원인 건보 적립금이 2024년에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은 여권에서 비교적 ‘중도주의자’로 꼽혔던 이 대표가 결국 이 지사와 포퓰리즘 대결로 승부를 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사의 보편복지와 차별화하면서도 다수의 특정 대상을 상대로 현금 복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아동수당 확대와 같은 그다지 새롭지 않은 이슈를 재원 마련 방안도 없이 불쑥 던진 것으로 봐서 그만큼 마음이 급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주자들의 ‘돈 퍼주기’ 정책 경쟁이 과열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공적 이전소득은 마약만큼 중독성이 높다”며 “상위 10%에게서 돈을 걷어 하위 90%에게 풀자는 주장은 득표에 유리할 수밖에 없어 앞으로 대선 주자 간 포퓰리즘 정책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도원/서민준/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