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前 '손실보상' 속도전

與 "재보선 이기고 보자"
野 "포퓰리즘" 맹비판
기재부 '재정 악화'에 난감
더불어민주당이 자영업자 표심을 노린 ‘돈 풀기’ 속도전에 들어갔다. 늦어도 4월 초까지 자영업자 손실보상금을 지급한 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을 발의한 후 아직 정부와 구체적인 보상 대상 및 기준, 재원 마련 방안 등도 논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방침이다. 올해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되는 정책을 거대 여당이 오직 선거만을 바라보고 속전속결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부채 1000조' 경보 울리는데…與, 대놓고 '선거용 돈 풀기'

與, 한목소리로 “조속히 손실보상”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25일 일제히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에 대해 “2월 임시국회부터 충분히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염태영 최고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자영업자분들을 위해 최대한 빠르게 손실 보상에 나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익표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구체적인 손실보상금 지급 시기로 아예 ‘3월 내나 늦어도 4월 초’를 언급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거들고 나서는 모습이다. 정 총리는 오는 28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등과 만나 조속한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그동안 일러야 올해 하반기에 손실보상금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20일 “상반기 중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2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연내 자영업 손실보상법을 최종 입법화하는 것으로 논의가 모아졌다. 자영업 손실보상법을 이르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해도, 관련 시행령 마련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22일 발의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은 집합금지 업종의 경우 코로나19 손실 매출의 70% 범위 내에서, 그 외 업종은 50~60% 범위 내에서 시행령으로 정한 금액을 보상토록 했다. 또 보상 대상 소상공인도 시행령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최소 수십조원으로 추산되는 재원 마련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됐다.
돈 풀어 떨어진 지지율 끌어올리나
민주당 내에서는 그러나 손실보상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4월 보궐선거가 예정된 서울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부진한 만큼 ‘돈 풀기’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얼미터가 지난 18~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7.2%로 국민의힘(31.4%)에 소폭 뒤처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여당의 속도전에 난감해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자영업 손실보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에 불참해 당정 간 갈등설이 불거졌다. 홍 부총리는 몸살감기를 이유로 들어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범 차관은 지난 20일 자영업 손실보상과 관련,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어렵다”는 부정적 의견을 내 정 총리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기재부는 자영업자 손실보상법 시행을 위한 시행령은 신중히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매출 감소분을 보상기준으로 삼은 법안과는 달리 임대료를 기준으로 삼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 신설 대신 ‘감염법 예방법’ 등 기존 법률 시행령에 자영업 손실보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월 24조원으로 추산되는 법안의 손실보상 규모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견해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한 적자국채 발행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자칫하면 올해 945조원으로 예상됐던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재정이 급속히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재정 여력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 추경 편성 등 재원 확충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선거 보느라 경제 잊었나” 맹폭
야당은 일제히 여당 비판에 나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손실보상법과 관련해 “정부·여당이 한심하다는 생각”이라고 일갈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자영업 손실보상 법제화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경제 전문가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여권 잠룡들이 코로나 지원을 대권으로 가는 계단으로 삼는 바람에 실용적이어야 할 논의에 잔뜩 헛바람이 들었다”며 “손실보전과는 상관없는 내용으로 정치적 줄타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노골적으로 관권·금권선거를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코로나 3법에 대해 “재정파탄 3법, 금권선거 3법, 증세 3법, 또 우리 아이들에게 멍에를 씌우는 패륜 3법”이라고 맹비판했다.

임도원/고은이/구은서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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