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총장 8명 출사표
4년 임기의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수장에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사진) 등 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WTO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사무총장 후보 접수를 마감한 결과 한국을 포함해 영국과 나이지리아, 이집트, 케냐, 멕시코, 몰도바, 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 출신 후보가 지원했다. 당초 한국과 아프리카 후보 간 양자 대결로 예상됐으나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여러 국가에서 후보를 내면서 결과 예측이 더욱 어렵게 됐다.

한국이 WTO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사이에서 중립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한국과 통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반대가 걸림돌 중 하나다.

1995년 출범한 세계 최대 경제협의체 WTO는 164개 회원국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며, 기여도가 높을수록 발언권이 센 구조다. 작년 예산(1억9550만스위스프랑·2497억원) 중 미국(11.59%) 중국(10.10%) 독일(7.10%) 일본(4.04%) 영국(3.81%) 순으로 분담률이 높았다. 한국의 분담률은 일곱 번째로 2.96%였다.

아프리카 출신 중에선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나이지리아에서 재무·외무장관을 지냈고 세계은행 간부를 지낸 인물이다. 아프리카에서 WTO 사무총장을 배출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역대 사무총장 출신국은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뉴질랜드, 태국, 프랑스, 브라질 등이다.

영국이 막판에 후보로 내세운 리엄 폭스 전 국제통상부 장관과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몰도바 외무장관은 유럽 표를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호베르투 아제베두 현 사무총장이 지난 5월 임기를 1년 남기고 돌연 사임하겠다고 밝히면서 WTO는 새 수장 선출 작업에 들어갔다. 각국 후보는 오는 15∼17일로 예정된 WTO 일반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비전을 발표한다. 이후 회원국 지지도가 낮은 후보부터 순차적으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통 최종 선출까지 6개월 정도 걸리지만, 이번엔 절차를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