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끝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잇단 엇박자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여당과 청와대 참모진이 기싸움을 벌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청와대와의 마찰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청와대 참모진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곤혹스러운 민주당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와 관련, “정교한 제도 설계를 완성하도록 하겠다”면서도 “기초를 다지고 단계적 도입이라는 게 꼭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의 기초를 놓겠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이지만 ‘단계적 도입’에 방점이 찍힌 발언이다.

문 대통령까지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에 힘을 실으면서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민주당은 지난 8일 공식적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 공식화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지금 당장 고용보험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다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지 않느냐”고까지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은 사실상 증세하자는 얘기”라며 “특히 보험료를 100% 부담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크게 반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에도 없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이 화제가 된 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갑작스러운 발언이 시작이었다. 강 수석은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전 국민 건강보험처럼 전 국민 고용보험을 갖추는 게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강 수석의 ‘깜짝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을 “당이 뒷수습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청와대 내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된 사안을 강 수석이 정부 방침인 것처럼 발표한 게 화근이었다”며 “제도 취지를 공감하고 있는 당으로선 단계적 도입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했다.

靑 정책실에 대한 불만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민주당의 불만도 적지 않다.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지급을 두고 민주당과 청와대가 부딪힌 것이 대표적이다. 당·정·청 협의 당시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력 반대하면서 민주당과 각을 세웠다. 겉으로는 여당과 기재부 간 갈등으로 보였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홍 부총리 뒤에 김 실장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최근 기재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에 대해서도 민주당 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혹평이 주를 이뤘다. 한국판 뉴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성장 밑그림으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에 둔 일자리 창출 및 경제혁신 방안이 담겼다. 민주당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8일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기존 혁신성장을 재포장한 것”이라며 “근본적인 차이가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에서는 특히 재생에너지 중심의 경제 전환 등 ‘그린 뉴딜’이 한국판 뉴딜에 담기지 않은 것을 두고 김 실장 의중이 실렸다는 추측이 나왔다. 한국판 뉴딜이 ‘탈원전 프레임’에 갇히는 걸 우려한 김 실장이 그린 뉴딜을 처음부터 원천 배제했다는 관측이다. 이를 두고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김 실장이 (문제 확산을 싫어하는) 관료가 다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청 간 잇단 엇박자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거여(巨與)’가 된 민주당과 집권 후반기를 맞은 청와대 참모진 간 주도권 다툼의 서막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또 다른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는 주도권이 당으로 넘어오는 건 자명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한 여당이 공개적으로 청와대와 각을 세우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