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인 입국제한은 하지 않되 자국민의 한국 여행경보 단계를 높인 데 대해 “전염병은 정치·외교와 별개로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갑자기 어떤 ‘계약서’를 한국 정부에 들이밀지는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관련) 한국인의 입국 제한은 아직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견이 끝난 후 미 국무부는 자국민의 한국 여행경보를 ‘3단계(여행 재고)’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국무부가 26일(현지시간) 자국민의 한국 여행경보를 3단계(여행 재고)로 높였다.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 캡쳐
미국 국무부가 26일(현지시간) 자국민의 한국 여행경보를 3단계(여행 재고)로 높였다.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 캡쳐
전문가들은 “전염병 문제를 정치 외교적 분야와 섣불리 연결시키기 어렵고, 한·미 동맹 관계도 고려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살펴보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짚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번 일은 외교의 영역이라기보단 과학의 영역이라 정치적 판단을 하기엔 무리”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에 교민도 많은데다 한·미 간 시장 연계가 워낙 밀접한 만큼 경제에 미칠 영향이 무척 크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거래’에 나서리란 전망도 나왔다. 한승주 전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으리라고 예상됐다”며 “기자회견장에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긴 무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에 이걸 그냥 지나칠진 모르겠다”며 “주한미군에서 코로나19 확진자도 나온 상황에서 갑자기 주한미군 철수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안정 우선주의를 선택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국무부의 조치는 미국 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한국발 입국자의 공항 검색은 강화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한국 국=내의 반미감정도 고려할 듯하다”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재미 한국인의 표심을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