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학교에서의 선거운동 금지 여부 등을 논의해 공직선거법을 보완하라고 국회에 촉구했다. 선거연령 하향으로 고3 학생 일부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면서 학습 현장에 혼란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선관위는 12일 “고등학교의 정치화 및 학습권·수업권 침해 등 교육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며 “관련 조항의 입법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국회의장과 각 정당에 공직선거법 개정을 요청했다. 만 18세 이상으로 선거연령을 낮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을 통과한 지 약 2주 만이다.

국회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를 활용해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선거연령 하향에 따른 교육 현장 혼란에 대비하는 조항은 미흡하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학교에서 △예비후보자 명함 배부 및 연설 금지 여부 △의정보고회 개최 금지 여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조항에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할 것인지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

현행법엔 초·중등학교에서의 명함 배부 및 연설 금지 여부 등에 관한 규정이 없다. 대신 △선거운동 중 연설 등의 통지를 위한 교실 방문 금지 △교육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정도만 규정돼 있다. 선관위는 “불안정한 선거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며 “유권자가 온전하게 권리를 행사하고 공정한 규칙에 따라 후보자가 경쟁할 수 있도록 국회가 선거법을 조속히 개정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조항의 입법 보완도 촉구했다. 앞서 헌재는 비례대표 선거 후보자의 기탁금을 1500만원으로 정한 건 지나치게 과도하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기탁금을 현행 15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선거법 개정안은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또 헌재는 예비후보자가 당내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경우 기탁금을 돌려주지 않는 것도 재산권의 과도한 제한으로 보고 헌법불합치로 판단했다.

선관위는 “해당 조항들이 헌재가 정한 개정시한을 넘겨 효력을 상실했다”며 “입후보 예정자가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선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