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재선 의원들이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모든 사안을 지도부에 위임하겠다는 연판장을 작성했다. 같은 당 초선 의원들도 연판장 작성을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나섰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장인 박맹우 사무총장은 22일 “재선 의원 전원이 내년 총선 공천에서 당 공천관리위원회와 지도부의 결정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연판장을 작성했다”며 “당 쇄신에 앞장선 것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재선 의원은 총 30명이다. 한 재선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선 우리가 먼저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한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선 의원들은 지난 12일 간담회에서 2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당 지도부에 공천 관련 위임각서를 제출하자는 데 합의한 뒤 연판장을 돌려 전원 동의를 얻어냈다. 이들은 △보수 통합을 지지하고 △선거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통과 시 의원직 총사퇴를 당론으로 선택한다는 내용에도 전원 합의했다. 재선 의원들은 이번 백지 위임 결정을 앞세워 중진 의원의 결단을 촉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당 초선 의원들도 공천을 백지위임한다는 내용의 연판장을 작성하기 위해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민경욱 의원은 “공식적인 종이 연판장을 돌리기 전에 메신저를 통해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을 진행 중”이라며 “곧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지도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초선 의원 43명 전원은 지난 7일 “초선 의원들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에 백지위임하기로 결의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양수 의원은 “초선 의원 전원이 낙천되더라도 (무소속) 출마를 하는 등의 해당 행위를 하지 않고 뭐든지 감수하겠다는 의미”라며 “선배 의원님들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은 공천 백지위임 연판장 작성과 추진 과정에서 중진 의원들의 ‘용퇴’ ‘험지 출마’ 등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 중진들 사이에서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불출마 뜻을 밝힌 중진 의원은 6선의 김무성 의원과 3선의 김세연 의원이 유일하다. 중진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당내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중진 의원들은 오히려 불쾌감만 드러내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초·재선이 먼저 나선 만큼 3선 이상 의원들도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