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10일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정식 정책위원회 의장.  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10일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정식 정책위원회 의장. 연합뉴스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사법개혁 법안의 이달 말 국회 본회의 상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최근 외부자문 등을 통해 이달 29일 본회의 직권 상정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데다 여당 내에서도 신속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사법 개혁안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야당 의원들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찬반이 박빙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회의 상정 시 여야 간 격렬한 공방과 우호 의석을 확보하려는 물밑 경쟁이 예상된다.

미묘한 입장 변화 보이는 민주당

검찰개혁안 이달 상정 '속도전'…본회의 표결 땐 찬반 '박빙'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여야 합의를 통해 사법개혁안을 도출해낸 뒤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여야는 11일 정치협상회의를 가동해 사법과 정치 분야 개혁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강조한 이유다. 정치협상회의는 문 의장과 각 당 대표들이 패스트트랙 등 법안 논의를 위해 발족하기로 한 모임이다.

다만 민주당 의원 사이에선 미묘한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문 의장이 이달 29일부터 직권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게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최근 받으면서 ‘조기 상정’ 주장이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이달 말 법안 상정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봐야 한다”며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10월 상정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확답도 하지 않았다. 지난 9일 박주민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장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달 말에 상정되도록 당력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조기 상정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지난 4월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 당시 자유한국당을 뺀 야당들과 한 약속 때문이다. 여야는 당시 본회의 표결 순서를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으로 정했다. 선거법은 다음달 27일 이후에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찬성’ 143명…‘보류’ 의원 설득이 관건

민주당 내부에서도 사법개혁안의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사법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총 재적의원 297명의 과반인 149명이 필요하다. 민주당 의원 128명에 민주당 출신 손혜원 의원(무소속)이 사법개혁안에 찬성한다고 가정하면 20명의 찬성표가 더 있어야 한다.

본지가 한국당을 제외한 야 5당(바른미래당 대안정치연대 정의당 민주평화당 우리공화당) 의원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달 말 상정 시 찬성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야당 의원은 총 14명이다. 총 143명의 찬성표가 모인 셈이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보류 입장을 보인 의원 중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 의원들이 찬성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데다, 무소속 의원 역시 전향적 입장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10명의 국회의원이 모인 대안정치연대의 박지원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은 찬성 입장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의 김관영 임재훈 채이배 의원은 찬성 의사를 전했다. 반대하는 의원은 주승용 의원뿐이었고 이찬열 의원은 입장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15명이 모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은 여야 합의 없이 상정하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은 이정미 의원이 찬성하겠다는 입장이고 나머지 다섯 명은 “합의가 우선”이라며 보류 의사를 나타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으로부터 정식 협의 제의가 없었다”며 “요청이 온다면 논의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역시 여야 합의가 우선이란 입장이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선거제 개편안을 우선 본회의에 올리기로 한 합의가 우선”이라며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소속 의원은 대안정치연대와 손혜원 의원을 제외하면 총 일곱 명이다.

김우섭/김소현/고은이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