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공기업도 인건비 '눈덩이'

올해 2.7兆 늘어 30兆 육박
경쟁적 증원·정규직화 영향
작년 순이익 '7분의 1 토막'
정부가 민간 일자리 감소를 메우기 위해 공공부문 채용을 대폭 늘리면서 올해 339개 공공기관 인건비가 사상 최대인 3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3조8954억원의 순손실을 냈음에도 올해 인건비를 800억원 넘게 늘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지사.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가 민간 일자리 감소를 메우기 위해 공공부문 채용을 대폭 늘리면서 올해 339개 공공기관 인건비가 사상 최대인 3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3조8954억원의 순손실을 냈음에도 올해 인건비를 800억원 넘게 늘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지사.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공공기관 인건비가 올해 사상 최대인 3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약 3조원이 급증했다. 정부가 고용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동원한 결과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16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4~2019년 공공기관 인건비 현황’에 따르면 올해 339개 공공기관의 인건비로 편성된 예산은 28조4346억원이다. 지난해 25조6940억원보다 2조7406억원(10.7%) 늘었다. 인건비 증가율도 작년(5.8%)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단독] 공기업 버는 족족 인건비로 다 샜다

공공기관 인건비는 2015년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선 뒤 작년까지 연평균 1조4900억원씩 늘다 올해 3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2015년 31만5231명이던 공공기관 임직원 수가 올 1분기 40만3962명으로 4년 새 8만8731명(28.1%) 늘어난 여파가 컸다. 지난해 공공기관들이 정부 압력에 따라 전년보다 114%가량 많은 1만4324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도 증가폭을 키웠다.

비대해지는 ‘몸집’과는 반대로 공공기관 수익성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순이익 합계는 1조1000억원으로 전년(7조7000억원)보다 85.7% 급감했다. 탈(脫)원전 정책 여파로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전력 및 발전 자회사들도 올해 앞다퉈 인력을 늘렸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들이 고비용·저효율 구조는 바꾸지 않고 세금으로 인력 늘리기에만 급급해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공공기관 정규직 평균 연봉은 2017년 전체 근로자 평균 연봉(3519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6798만원이었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이 만성 적자 구조는 방치한 채 일자리만 양산하다 보면 결국 국민 세 부담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4조 적자 났든 말든…
건보공단, 사람 더 뽑고 혈세로 인건비 '펑펑'


[단독] 공기업 버는 족족 인건비로 다 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3조895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대폭 넓힌 ‘문재인 케어’가 작년 7월 시행된 뒤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전년(3685억원 흑자)보다 이익이 무려 4조2639억원 감소했다.

이런 형편에도 건보공단은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서기는커녕 올해 1029명을 신규 채용했다. 전체 임직원(1만5086명)의 6.8%에 해당하는 숫자다. 그 결과 올해 건보공단 인건비는 1조1430억원으로 작년(1조612억원)보다 800억원 넘게 늘어났다.

40만 명 넘어선 공공기관 임직원

공공기관 인건비가 30조원 가까이 치솟은 가장 큰 원인은 현 정부가 민간 분야 고용난을 만회하기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늘린 데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8월 전국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양질의 일자리’ 같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 공공기관 경영 철학이 돼야 한다”며 공공기관에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임기 말인 2016년 32만9003명이던 339개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지난해 38만3391명으로 2년 새 5만4388명(16.5%) 늘었다. 올 들어서도 3개월 만에 2만 명 넘게 늘어 1분기 말 현재 40만 명을 돌파(40만3962명)했다.

탈원전 정책 후유증으로 대규모 적자 늪에 빠진 에너지 공기업들도 정부 요구에 맞추기 위해 앞다퉈 채용을 늘렸다. 한국전력공사 발전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은 지난달 말 정원을 종전 2363명에서 2435명으로 72명 늘렸다. 한국중부발전(증가 인원 64명), 한국남동발전(62명) 등 다른 발전 자회사도 채용을 늘려 정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임직원 증가에 따라 공공기관 인건비 지출은 지난 2년 새 4조1428억원 급증했다. 36개 공기업의 인건비 증가액이 2조206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타 공공기관(210개)은 1조7463억원, 준(準)공공기관(93개)은 1조4597억원이었다. 추 의원은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기업이 정부의 ‘공공부문 확대’ 정책을 빌미로 세금이 들어가는 인건비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경영난 방치하는 정부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인건비 지출까지 대폭 늘자 공공기관의 이익은 ‘제로(0)’ 수준까지 쪼그라든 상태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순이익은 1조1000억원이었다. 2016년 15조4000억원에 비하면 2년 만에 이익의 92.9%가 증발했다. 민간 기업이라면 경영난에 인력을 줄여 비용 감축에 들어갔겠지만, 공공기관은 오히려 임직원을 크게 늘렸다.

2017년 2172억원의 순이익을 낸 한국동서발전은 발전 단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 8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올해 인건비를 작년(1983억원)보다 4.4% 많은 2071억원으로 잡았다. 각각 5년, 3년 연속 적자를 낸 국립공원공단과 한국산업인력공단도 올해 인건비를 작년보다 90억원 안팎씩 늘렸다. 국립공원공단의 최근 6년간 인건비 증가율은 74%에 이른다.

공공기관의 수익성 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데도 정부는 ‘공공성 우선’을 내세우며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전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일환으로 추진하던 성과연봉제를 적폐로 몰아 중단시킨 뒤 대안으로 내세운 직무급제는 노조 반대에 막혀 진전이 없다. 추 의원은 “현 정부 들어 공공부문 개혁이 후퇴하면서 공공기관의 체질 개선은커녕 ‘몸집’만 불어나고 있다”며 “보수 체계 개편 등 경영 효율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하헌형/고은이/조재길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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