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베네수엘라 정세 대해 "합법 대통령 축출시도는 내정간섭"
북한이 베네수엘라의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와 관련, “합법적으로 선거된 대통령에 대한 축출 시도는 내정 간섭”이란 공식 입장을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주권국가의 헌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선거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외부 세력의 그 어떤 시도도 명백한 내정간섭이며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발표했다. 또 “베네수엘라 문제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인민의 자주적 의사와 결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정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전 세계 인민들은 언제나 자주권과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베네수엘라 정부와 인민의 편에 서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北, 베네수엘라 정세 대해 "합법 대통령 축출시도는 내정간섭"
북한 외무성의 이 같은 발표 형태는 대변인 담화보다 훨씬 수위가 낮다. 북한은 과거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정권과 각별한 친분을 이어 왔다. 이 때문에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나서 대통령이 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 친밀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북한은 마두로 대통령의 이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처럼 애매한 태도를 취한 배경엔 베네수엘라의 정세가 현재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에선 지난달 1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마두로 대통령의 취임 이후 정국이 대혼란에 빠졌다.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스스로 과도 정부의 임시 대통령이라 선언하고, 지난해 대선이 불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北, 베네수엘라 정세 대해 "합법 대통령 축출시도는 내정간섭"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과이도의 편을 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쿠바 등은 마두로의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북한으로선 공식 입장만 간단히 표명하고 넘어가면서 미·중·러의 눈치를 모두 볼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승길 주(駐)베네수엘라 북한대사는 최근 베네수엘라 외교부 관료들을 잇달아 면담했다. 베네수엘라 측은 이 대사가 마두로 대통령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구체적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