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도, 인도주의적 원조 반입 추진…마두로 "조기 의회선거 제안"
베네수 국내외서 마두로정권 퇴진 시위…친정부 맞불집회도 열려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로 정국 혼란에 휩싸인 베네수엘라에서 2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마두로 정권을 옹호하는 친정부 맞불 집회도 동시에 열렸다.

수만 명의 야권 지지자가 이날 수도 카라카스 동부 지역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모여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과도정부가 주관하는 대통령 재선거를 요구했다고 로이터·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23일 과도정부의 임시대통령을 자처하고 정권 퇴진운동을 이끄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지지자들에게 "베네수엘라의 변화가 아주 가까이에 있다"고 밝혔다.

공군 장성의 정권 이탈 선언에 대해서는 "헌법 편에 서는 어떤 공직자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공군의 프란시스코 야네스 장군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유포된 동영상에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거부하고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과이도가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선 뒤 고위급 장성이 과이도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이도 의장은 인도주의적 원조가 마두로 정권의 반대에도 콜롬비아와 브라질 등지에서 올 것이라도 했다.

그는 콜롬비아 국경도시인 쿠쿠타와 브라질, 카리브해 섬 등지에서 인도주의적 원조를 모으기 시작할 것이라며 군이 원조 물품의 국내 반입을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베네수엘라는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식품, 의약품, 기초 생필품 등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지지자들에게 마두로 퇴진을 압박하기 위해 계속 시위에 나서달라며 청소년의 날인 10일과 콜롬비아와 브라질 등지서 인도주의적 원조가 반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12일에 반정부 시위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야권 지지자들은 베네수엘라 국기 색깔을 나타내는 노랑, 빨강, 파랑 옷 등을 입은 채 국기를 들고 경적 등을 불면서 집회에 참석했다.

초기 집결지인 시내 5곳을 출발한 반정부 시위대는 유럽연합(EU) 본부 앞으로 이동했다.

앞서 프랑스·독일·영국·스페인·포르투갈 등 EU 일부 회원국은 지난달 26일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가 8일 이내에 대선 재실시 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반정부 시위는 EU 일부 국가들의 최후통첩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두고 야권이 조직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심가에서도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인 수백명이 모였다.

스페인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인은 2015년 16만5천명에서 지난해 25만5천명으로 늘었다.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는 미국, 칠레, 페루, 아르헨티나 등지에서도 열렸다.
베네수 국내외서 마두로정권 퇴진 시위…친정부 맞불집회도 열려
반면, 공무원과 정부 지지자 수만 명은 이날 카라카스의 반정부 집회 장소에서 약 5㎞ 떨어진 볼리바르 거리에 집결했다.

일부 정부 지지자들은 대중가요에 맞춰 춤을 추거나 고(故)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대형 사진과 함께 '20년간 이어진 민중의 승리'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마두로 정권은 1999년 차베스 전 대통령의 첫 취임 20주년과 볼리바리안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 대규모 친정부 집회를 조직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집회에 나와 자신이 합법적인 대통령임을 강조하고 조기 의회 선거를 제안했다.

그는 "나는 헌법에 따른 베네수엘라 공화국의 대통령"이라고 강조한 뒤 "나는 야권의 쿠데타 가해자들이 워싱턴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매우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내에 의회 조기 선거를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제헌의회가 나의 제안에 대해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고 헌법기관인 제헌의회는 친정부 성향 의원들로 구성된 만큼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는 야권을 무력화하려고 기획된 마두로의 조기 의회 선거 제안을 수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의회를 장악한 우파 야권은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 선거는 원래대로라면 2020년 하반기에 치러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