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뿐만 아니라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 산하기관에서도 무더기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관련 비리 의심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산업부 산하기관은 임직원과 친인척인 정규직 전환자의 90% 이상이 1촌 이내 직계 가족인 것으로 나타나 고용세습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환경부·복지부 산하 公기관도 '고용세습' 의혹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복지부 산하 23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6개 기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총 16명의 고용세습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연금공단(10명)과 대한적십자(2명),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사회보장정보원·한국보건의료연구원(각 1명) 등에서 기존 임직원 친인척을 정규직 전환자 등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만 국민연금은 “문제가 된 10명은 공채시험을 거쳐 들어온 정규직이거나 인턴으로,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 직원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종합 국감에선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 환경부 산하기관들의 고용세습 의혹을 제기했다. 수자원공사는 작년과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총 411명 중 10명이 임직원과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가 4명, 형제가 5명, 배우자가 1명이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이 정해진 지난 5월 이후 입사한 직원이 3명이었다. 환경공단도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원 243명 중 7명이 임직원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국립공원관리공단과 국립생태원 등 환경부 산하기관 국감에서도 정규직 전환 전에 임직원 친인척들이 채용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최근 3년간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가운데 기존 임직원 친인척 21명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1급 임원 아내는 지난해 9월 비정규직으로 채용됐다가 1년도 안 돼 정규직이 됐다. 국립생태원에서도 최근 3년간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210명 중 8.6%인 18명이 임직원의 4촌 이내 친인척이었다.

고용세습 의혹이 제기된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은 친인척 정규직 전환자 22명 중 20명이 1촌 이내의 직계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전KPS 11명, 강원랜드와 한수원 각각 4명, 한국가스기술공사 2명, 한일병원 1명 등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국토부 산하기관의 고용세습 의혹을 부인했다. 김 장관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국토정보공사 등에서 여러 고용세습 정황이 드러났다’는 지적에 대해 “(문제가 된)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은 모두 비정규직 정규직화 발표 이전부터 근무했던 사람들”이라며 “친인척 관련 불공정한 채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5월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한 뒤 협력업체 6곳에서 총 14건의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이 나왔다. 국토정보공사는 지난 5월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 228명 중 19명이 직원 친인척인 것으로 조사됐다.

임도원/심은지/박종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