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회의 소집한 송영무 국방장관 >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16일 서울 용산동 국방부 청사에서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송 장관은 이날 20여 개  부대 지휘관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최단시간 내 모두 제출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긴급회의 소집한 송영무 국방장관 >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16일 서울 용산동 국방부 청사에서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송 장관은 이날 20여 개 부대 지휘관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최단시간 내 모두 제출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기무사가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 시 계엄령을 진짜 실행하려 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더니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국방부 간 갈등설로 판이 커졌다. 확전 양상을 보이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인도 순방 중 “독립 수사본부를 설치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급기야 “계엄령 관련 문건을 모두 청와대에 제출하라”며 자신이 직접 챙기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방부의 말 바꾸기도 이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와 국방부의 말 바꾸기

문 대통령은 16일 “국방부·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고간 계엄령 관련 모든 문서와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공식 수사 활동에 들어간 첫날 대통령이 직접 사건을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대통령 의중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과 대통령이 이번 사건 조사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월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기무사 문건을 보고받았다. 이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고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평창올림픽과 남북한 정상회담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에서였다. 그러다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4월30일 청와대에 알렸다. 당시 송 장관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별도 보고한 뒤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과 기무사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송 장관은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청와대 참모들에게 기무사 문건의 존재 등을 언급했지만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기무사 문건 자체를 제공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날 오전까지 “지난달 27일 기무사 문건 보고만 했지 문건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했다가 이날 오후 “문건 자체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말을 바꿨다.

국방부가 오락가락한 것은 청와대 영향도 크다. 청와대는 지난 11일까지 기무사 문건에 대해 “회색지대가 있다”는 등 모호한 답변만 하다 이날 브리핑에서 “4월30일 국방장관이 계엄령 문건을 설명했다고 볼 수 있지만 청와대 참모진으로서는 국방장관이 생각하는 만큼 그 문제를 받아들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이 청와대와 국방부 간 갈등설과 문재인 정부 책임론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뒤늦게 보고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한 것도 이런 논란을 사전에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무사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국방부가 총대를 멘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권 내부에서는 기무사를 개혁하려는 측과 적당히 존속시키려는 측 간에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송 장관이 기무 개혁이 원활하게 추진됐으면 하는 마음에 문건 대방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초기엔 박근혜 정부 겨냥

‘기무사 문건 조사’는 처음엔 청와대나 국방부가 원하는 형태인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2016년 11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이철희 의원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고 기무사 문건은 작년 2월24일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위수령 검토 문건을 보고하면서다. 한 전 장관은 1주일 뒤 관련 논의를 모두 종결하라고 기무사에 지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기 1주일 전이다.

이 사건은 이후 1년간 드러나지 않다가 3월 초 처음 외부에 알려졌다. 군인권센터와 이철희 의원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처음엔 이 문건의 특성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현 여당을 중심으로 “쿠데타나 내란 계획으로 볼 수 있다”며 박근혜 정부 때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 등을 노렸다. 한 전 장관 측은 “공식회의에서 주고받은 내용이 어떻게 쿠데타 문건이겠느냐”며 “단순 참고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기무사 문건에도 탱크나 장갑차 같은 표현이 없다”며 “쿠데타 괴담 유포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정인설/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