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당들은 이번 지방선거 참패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할 풀뿌리 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 "풀뿌리 운동으로 보수 가치 정립을"
17일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사진)는 보수 진영이 재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수 진영은 철학과 이념이 아니라 기득권을 바탕으로 결집했기 때문에 정치적 위기를 맞았을 때마다 뿔뿔이 흩어져 왔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보수 정당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에 대해 누구 한 사람 책임지지 않고 선을 그으며 모르쇠로 일관해 온 결과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수 진영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보수 정당 정치인들은 판·검사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대부분이라 체제 유지에만 급급했다”며 “그 결과 역사 외교·안보 문제 등에서 20~30년간 좌파들의 도전에 양보만 거듭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태극기 집회야말로 보수 진영의 현주소가 가장 잘 드러난다고 했다. 그는 “여태껏 체제에 편승해 가정 경제를 일궈오는 데만 집중한 사람들이 위기감을 느껴 거리로 나온 게 태극기 집회”라며 “이념과 철학이 없으니 탄핵 후 1년이 지났지만 종합적인 상황 정리도 못하고 이마저 사분오열돼 있다”고 꼬집었다.

보수 진영이 지리멸렬해진 배경으로는 조직적인 운동의 부재를 꼽았다.

이 교수는 보수의 풀뿌리 운동을 제안했다. 그는 “보수 진영도 자유민주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계와 문화계에서 힘을 길러야 한다”며 “작은 규모라도 진성당원들을 바탕으로 한 단단한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락근/ 황정환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