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채택한 ‘판문점 선언’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는 방안이 포함됨에 따라 개성이 남북 교류·협력의 거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자연스럽게 2년2개월째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입주 업체들은 북한 제재가 풀리고 경협이 본격화되면 재가동 준비에 착수한 지 2~3개월 안에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은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된 뒤 유엔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개성공단 사업은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로 2002년 8월 제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합의에 따라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됐다. 2007년 10·4선언에는 ‘개성공단 1단계 건설을 이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후 정권 교체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사업이 답보 상태를 보였고, 급기야 2016년 2월 정부의 전면 중단 조치로 124개 입주 기업이 모두 철수했다. 입주 기업들은 공단 중단 이후 1조500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개성공단에는 기존 입주 기업 건물과 관련 부대시설이 대부분 남아 있다. 재가동이 결정되더라도 그로부터 최소 2개월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상당히 녹슨 설비와 부품 등을 교체해야 하는 데다 인력을 다시 꾸려야 하는 문제 등이 있다.

금강산 관광 사업도 더불어 주목받고 있다. 개성공단처럼 설비가 갖춰져 있어 경협에 따른 가시적 효과가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강산 관광은 2003년 현대그룹 내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아산이 주도해 인기를 끌었고 남북 교류사업의 상징적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5년 만에 중단됐다.

금강산 관광단지에도 금강산호텔 등 호텔 네 곳과 쇼핑센터인 온정각, 공연장인 문화회관 등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일단 현지 시설을 정말 진단해 봐야 한다”며 “진단 3개월 안에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로 복원한다는 게 내부 목표”라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계도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에 따른 개성공단 재개 등 경제협력 활성화에 높은 기대를 나타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15곳 대표들은 27일 오전 5시 청와대 앞에 모여 남북 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하는 행사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으로 가기 전 차에서 내려 이들 기업인과 일일이 악수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개성공단 재개 등 경협은 정상회담 의제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을 낙관하고 있다”며 “재가동이 결정되면 이르면 2개월 내에라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조사 결과 공단 입주 기업의 96%는 공단에 재입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경봉/김진수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