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14일 모처럼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오전 7시 한광옥 부총재로부터 노동계의 노.사.정위원회(가칭) 참여소식을
들은 김당선자는 하루종일 취임이후 가장 밝은 표정으로 업무를 봤다고
박지원 당선자대변인은 전했다.

김당선자는 특히 "새정부" "차기정부" 대신 "민주정부"라는 말을 쓰면서
"어제 대기업회장과의 합의는 우리가 50년동안 정리하지 못한 것을 정리한
것이고 오늘 새벽 노동계와의 합의는 더 좋은 일"이라며 잇단 개가에 흡족해
했다는 후문이다.

김당선자측과 노동계의 극적 합의는 일단 고통분담을 통한 국난극복의
대장정에서 큰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

김당선자도 이날 8시30분부터 열린 당무회의에서 인사말을 통해 "양노총이
정리해고제도입에 반대하면서 대화조차 거부했던 입장을 누그러뜨려
노.사.정위에 참석키로 한 것은 대화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당선자는 <>김당선자와 국민회의의 집요한 설득작업 <>13일 대기업개혁
합의 <>민주정부의 노동자권리옹호자세 <>노동계의 정리해고제에 대한 시각
변화 등을 합의도출배경으로 꼽고 정부의 고통분담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결정적 요인은 김당선자측이 15일부터 3일간 열리는 부실금융기관
정리해고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사실상 처리하지 않겠다고 양보한
것이었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최소한 예정된 회기중에는 부실금융기관 정리해고법이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당선자측이 노동계가 노.사.정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형식적
논의를 거쳐 법안을 처리할 경우 노동계의 반발은 한층 강하게 표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협조여부도 변수다.

국민회의에서 회기중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
하거나 2월 임시국회에서 재론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민간금융기관들의 채무상환유예와 이와 연계된 G7의 80억달러
지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월은 너무 늦다"는게 김당선자의 일관된
소신.

김당선자는 특히 자신이 주도해 소집한 임시국회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취임전부터 정치력을 의심받게 돼
"국가를 중흥시켜 제2건국을 이룬 정권"이라는 정치목표 달성에 치명타를
입게 될게 불을 보듯 훤해 어떻게 하든 노동계와의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하는
입장이다.

결국 문제는 노동계에 어떤 "후퇴" 명분을 주느냐로 압축된다.

김당선자측은 필요하다면 실업대책 물가대책을 더욱 확충하는 한편 정측
에서 정부기구및 예산축소 외에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야당의 동의를 전제로
한 국회의원수 축소방안 등을 제시하고 사측에서 추가조치를 내놓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채찍"은 과거 신한국당이 써보았으나 무용지물임이 확인된 만큼 민주정부
에서는 "당근"과 "여론"에 의존할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김당선자측은 국제통화기금(IMF)와 국제금융계의 따가운 시선이 채찍
보다 더 무서운 것 아니겠느냐며 "외압"을 협상촉진요소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과 사측에서 노동계지도부가 헤게모니를 둘러싼 선명성
경쟁과 현장으로부터의 압박에서 벗어날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보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우여곡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협의 틀이 깨지거나 깨지지 않더라도 협상이 밀고당기기로 제자리를
맴돈다면 김당선자의 얼굴에는 다시 그림자가 드리워질 듯하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