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전국 15곳에 국가첨단산업벨트를 조성하기로 했다. 대전(나노), 광주(미래차 부품), 대구(로봇) 등 전국에 4076만㎡(1200만 평) 규모의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농지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를 풀기로 했다. 민간 주도로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바이오·미래차·로봇 등 6대 핵심 산업에 2026년까지 550조원을 투자하게 해 글로벌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윤석열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마스터플랜이 나온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이 710만㎡(215만 평) 규모의 용인 반도체단지 조성 계획이다. 정부는 용인 남사읍 일대를 국가첨단산업단지로 지정, 반도체 단지를 짓고 기존 생산단지(기흥·화성·평택·이천 등)와 소재·부품·장비 기업, 팹리스 밸리(판교)를 연계해 메가클러스터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곳에 20년간 300조원을 들여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5개 신설하는 삼성의 통 큰 결단도 돋보인다. 직간접 생산유발 700조원, 고용유발 160만 명의 효과가 기대된다.

국가산단은 사업 시행자는 공공기관이지만 국가(국토교통부)가 토지 수용과 규제 완화, 용수·전력 공급 등 모든 분야에서 협의를 주도한다. 정부는 인허가부터 농지·그린벨트 해제까지 초고속으로 지원하고 신속 예비타당성 조사와 심사 우선순위 부여 등을 통해 조기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국가산단 후보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을 받아 선별한 데다 별도 법안 통과나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삼성전자는 지역 주민 갈등으로 평택공장에 전기를 댈 송전탑 건립에 5년을 허비했고,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일반 산단)는 4년이 넘도록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스피드 행정’이다. 윤 대통령도 “경제 전쟁터가 첨단산업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가산단 조성을 위한 조치를 신속·과감하게 추진하고 투자 장애물인 구시대적 노동관습 혁파에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야 ‘투자특국(投資特國·세계에서 투자하기 가장 좋은 나라)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공염불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