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에서 확정·발표한 ‘22대 민생 입법과제’의 면면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최근 세 번의 선거에서 내리 패배한 정당이 과거와 한치도 다르지 않은 반(反)시장·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한 격이어서다. 온갖 ‘방탄 논란’ 속에 거대 야당의 최고 실력자로 등극한 이재명 대표의 국회 데뷔전인지라 더욱 아쉽다.

민주당의 최우선 입법 과제에는 ‘노란봉투법’, 금리폭리방지법 등 착해 보이지만 나쁜 결과로 이어질 논쟁적인 법안이 대거 포함됐다. 노조 쟁의로 발생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불법파업 조장법에 다름 아니다. 시장 경쟁을 무시하는 과도한 금리폭리방지법 역시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작년 7월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내린 뒤 제2금융권 신용대출자 중 65만9000명이 대부업 등 비제도권으로 이동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상생은커녕 갈등만 증폭시킬 과잉 입법안도 넘친다.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납품단가연동제가 대표적이다. ‘적정 이윤 보장’이라는 말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어불성설이다. 원감 절감과 혁신 경쟁의 실종으로 이어져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를 패자로 몰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법’도 마찬가지다. 사실상의 ‘최저가격 보장제’를 국가가 강요하며 사적 계약에 개입하겠다는 무리수에 불과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과제들을 169명 소속 의원 전원에게 ‘정말로 열심히 해보고 싶은 입법’을 세 개씩 제출받아 선정했다니 좌절감마저 든다. 과반 의석 야당 의원들의 경제관이 이리 편협하고 부박하다는 말인지. 다주택자를 때리면 전셋값이 치솟고,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역설을 집권 5년 내내 경험하고도 한 뼘도 변하지 않으려는 거대 야당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경제·일자리·민생을 강조하고 ‘실사구시에 방점을 두겠다’고 다짐해 왔다. 이처럼 낡은 이념적 사고와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 지지를 회복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저소득층이 언론에 속아 국민의힘을 더 많이 지지하는 게 안타깝다’는 망언을 내놓은 바 있다. 내심으론 보여주기식 정책이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탓에 지지율이 낮다는 점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경기 활력 효과가 입증된 법인세 감세를 ‘부자 감세’라며 여전히 갈라치기 정치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정치집단에는 더 큰 실패가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