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활용 사업장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 상반기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내준 전국 사업장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5% 늘어난 2208개, 인가 건수는 77.2% 증가한 5793건으로 집계됐다. 특별연장근로는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초과해 일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생길 경우,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 인가를 받도록 한 주 52시간제의 핵심 보완책이다. 선택적·탄력적 근로시간제와 달리 사후에 인가받으면 되는 장점도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한 사업장과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인가 사업장 수는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전체 사업장의 0.26%에 불과하다. 한 해 최대 90일에 걸쳐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할 수 있는데도 인가 사업장의 절반가량은 ‘29일 이하’로 신청하는 데 그쳤다.

고용부가 인정한 사례 중엔 세계적 이상고온 현상으로 해외 주문이 급증해 에어컨 생산량을 20% 늘린 사업장이 있었다. 자동차 부품 대규모 리콜, 발주처의 갑작스러운 납기 단축 요구 등 예기치 못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경미하거나 단순한 설비 장애 복구, 계절 사업에서 통상적 업무량이 급증한 경우는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지 못했다. ‘경미’ ‘단순’ 등에 대한 판단도 인가 관청의 주관에 달렸다는 점에서 기업 애로가 적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은 당초 의욕과 달리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다. 기왕에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힌 근로시간 유연화와 주 52시간제 개선이라도 제대로 이뤄내야 할 것이다. 특히 조선업은 경직적 근로시간제로 월 임금이 60만원 감소했고, 소득 보전을 위해 부업을 뛴다는 사람이 많다는 전언이다. 현재 5가지로 제한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늘리고, 최대 90일인 연간 활용 기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인가 없이도 노사 합의로 진행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게 맞다. 근로자 동의가 필요한 제도여서 문제 될 것도 없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특별연장근로를 먼저 실시한 기업들에 대해 사후 인가 절차를 지나치게 깐깐하게 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런 것 자체가 해당 기업들엔 중대한 규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