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방만·부실 경영’ 공공기관들에 고강도 처방전을 내놓은 것은 새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 의지를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지난해 6조원 가까운 적자를 낸 한국전력 경영진에는 성과급 자진 반납을 권고했고, 경영평가 결과가 바닥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는 기관장 해임을 건의했다. 또 작년에 당기순손실을 냈거나 경영평가 성적이 나쁜 공공기관들에 무더기 경고와 성과급 반납 조치 등을 내렸다.

주목되는 대목은 이번 조치가 지난 정부에서 만든 경영평가 기준을 근거로 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앞으로 사회적 가치 비중을 낮추고, 재무 성과 비중을 높이는 등 평가 기준 개선과 함께 △중복되는 공공기관 통폐합 △업무의 민간 이양 △연공서열 파괴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가 이렇게 공공기관에 철퇴를 가하지 않을 수 없는 저간의 사정은 다 알고 있는 그대로다. 전문성 없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낙하산 인사들이 ‘철밥통’ 노조와 결탁해 공공기관 개혁 작업을 올스톱시키고, 방만과 도덕적 해이를 확산한 게 지난 정부 때 일이다. 5년간 ‘감시받지 않는 공룡’으로 전락한 공공기관들은 방만·적자 경영 속에서도 고용 잔치, 성과급 잔치를 벌였고, 정부는 이런 공공기관들에 지난해에만 100조원 가까운 혈세를 투입했다.

정부가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고강도 구조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난 정권 5년간 뚜렷한 이유도 없이 18개 공공기관이 신설됐고, 350개 공공기관 인력은 30% 늘었다. 단순히 공기업 정상화 차원이 아니라 공공과 민간 간 역할을 재조정하는 차원의 개혁이 필요하다. 통독 이후 1만5000여 개의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민간과 경쟁 체제로 전환한 독일의 성공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물론 노조와 야당의 반발이 작지 않을 것이다. 공공기관 개혁을 언급하자마자 야당 유력 정치인이 ‘민영화 괴담’ 등을 퍼뜨린 게 바로 엊그제 일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정쟁 대상으로 삼을 게 불 보듯 훤하다. 따라서 국민에게 공공부문 개혁이 왜 필요한지 분명한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 낙하산·보은 인사를 단절하고 전문가 위주로 공기업 경영부터 정상화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