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에 강행되는 새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앞서 절대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정부 언급이 나왔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에 우려하고 있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국회 답변이 그것이다. 그는 국가신용등급 변화 가능성에 “(등급 관리가) 한계에 와 있지 않나 싶다”고도 했다.

홍 부총리 말은 14조원의 정부 추경안을 최대 54조원까지 기형적으로 늘리라는 국회 요구에 맞서면서 나왔다. 그간 연례화한 초(超)슈퍼예산으로 확장 재정을 주도해온 정부 책임자의 뒤늦은 현실 파악이 놀랍기도 하지만, 그의 반대논리 자체는 전적으로 타당하다. 물론 “급증하는 나랏빚은 외면한 채 돈풀기로 내달리는 동안 이럴 줄 몰랐나”라는 문제 제기는 이 정부와 홍 부총리에게 계속 따라붙을 것이다.

그동안 국회는 물론 정부도 ‘재정건전성 악화=국가신인도 하락’이라는 나라살림의 기본원칙을 무시해왔다. 2020년에는 한 해 추경을 네 차례나 남발했고, 올해는 6·25전쟁 이래 71년 만에 ‘1월 추경’이다. ‘재정 중독증’에 대한 걱정은 이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미국·일본·유럽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사실,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 자체보다 과도한 증가속도가 문제라는 점, 현 정부는 맘껏 쓰고 부담은 뒤로 넘기면서 ‘세대 착취’를 한다는 우려와 비판은 지금도 유효하다.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시작됐던 유럽 재정위기 국가(PIIGS)의 온갖 고통에 대한 경고가 경제부총리 입으로도 나왔을 뿐이다.

부득불 또 추경을 짜더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 김부겸 총리 말처럼 몇십조원이 툭 떨어지는 게 아닌 까닭이다. 여당은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된다고 하겠지만, 이로 인해 시장금리가 어떻게 오르는지 똑똑히 보기 바란다. 그제 국채금리는 하루 상승폭으론 45개월 만에 최대인 0.066%포인트나 뛰었다. 금리가 오르면 자영업자와 가계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를 위한 추경’의 실리는 무엇인가. 약 주고 병까지 주는 꼴은 아닌가. 이 와중에 여당 대선 후보는 IMF를 인용해 ‘부채비율 GDP 85% 용인론’을 주장하는데, 사실관계부터 잘못됐다.

커지는 재정적자에다 연초부터 무역적자까지 겹쳐 ‘쌍둥이 적자’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환율과 물가 고공행진에도 돈을 풀어대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으론 어림도 없다. 홍 부총리 답변을 보면, ‘재정준칙 법제화’가 말잔치에 그친 것에 대한 국제 신평사 경고가 이미 시작됐다. 둑 터진 다음에나 대비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