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의원(무소속)에 대한 공소장을 보면 기가 막힌다. ‘공소장 범죄 일람표’에는 윤 의원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내면서 후원금과 보조금을 217차례에 걸쳐 1억37만원을 쓴 내역이 담겨 있다. 음식점과 휴게소, 식료품점, 발마사지 업체와 면세점에서 지출했으며 속도위반 과태료 납부와 윤 의원의 딸 계좌로 이체한 경우도 있다. 마땅히 위안부 할머니에게로 가야 할 돈을 쌈짓돈 쓰듯 한 것이다.

윤 의원은 지난해 8월 횡령, 배임, 기부금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엔 윤 의원이 코로나 비상시국에 지인들과 모여 와인을 마시는 사진을 공개해 물의를 빚었음에도 구두경고에 그쳤다. 올 8월 부동산 투기의혹이 일자 양이원영 의원과 함께 출당시켜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게 해줬다. 민주당은 나머지 지역구 의원 10명에 대해 탈당을 권유했지만, 여전히 전원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의 뭉개기는 이뿐이 아니다. 이스타항공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상직 의원에 대해 사퇴나 제명 얘기가 일절 없다. 이 의원은 구속된 뒤 5개월간 매월 1000만원이 넘는 세비를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이런 행태는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일자, “정치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며 스스로 의원직을 던져 신선한 충격을 준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과 뚜렷이 비교된다.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위로금으로 50억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소속 곽상도 의원이 탈당 후 의원직을 사퇴한 것도 이런 ‘윤희숙 스탠더드’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두 의원의 사퇴를 계기로 그나마 의원 책임윤리의 새 규범을 세우고 있다. 반면 윤희숙 전 의원에게 “속 보이는 사퇴 쇼”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비난했던 민주당은 투기 의혹 의원들에게 탈당 권유를 해놓고 당은 모른 척, 의원들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정치쇼’아닌가. 26년 전 호적을 분리한 부친 문제에 책임지고 사퇴한 윤희숙 전 의원과, 본인 횡령 혐의에도 꿋꿋하게 의원직을 고수하는 윤미향 의원 중 누가 염치와 상식을 지녔는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