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한국에서 기업경영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최근 갑작스럽게 사임한 것도 산재발생 시 최고경영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이라며, 한국 주재 외국 기업인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을 ‘오잉크(OINK: Only IN Korea)’라는 은어를 사용해 표현한다고 소개했다. 오잉크는 ‘한국에서만 있을 수 있는’ 리스크를 뜻하는 약어지만, 원래 단어 의미는 ‘돼지가 꿀꿀거리는 소리’다.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든 상황을 조롱조로 표현할 때 “오잉크니까”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해외 언론에 어쩌다 한국의 기업 환경이 이런 식으로 소개되는지 낯부끄럽고 민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잠깐만 생각해봐도 해외 언론 탓만 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규제 공화국’ ‘규제 천국’이라는 오명을 자초할 만큼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근로자 산재 사고에 대한 기업인 처벌규정을 세계 유례없는 수준으로 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전격 도입한 것은 그런 사례 중 일부다. 경제민주화와 공정 경쟁이란 명목으로 러시아·멕시코·칠레 등 일부 국가에서 예외적으로 시행 중인 집중투표제를 찾아내 도입했고, 해고·실업자까지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 3법을 통과시켜 기업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한국 유일의 ‘갈라파고스 규제’로 비판받지만 폐지되기는커녕 작년 말 ‘기업규제 3법’ 통과 때 관련 규제 건수가 더 늘었다.

그나마 국회를 통과한 게 이 정도다. 문재인 정부 들어 4년여간 국회에서 법안을 통해 발의된 기업규제는 총 3950건에 달한다. 이전 정부의 3배다. 특히 21대 국회가 출범한 후 16개월간 1339건이었다. 월 평균 약 84건, 하루 평균(주말 제외) 3.5~4건에 달한다. 없는 규제라도 찾아내 세계 유례없는 ‘규제 백과사전’이라도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묻고 싶은 지경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고 유엔도 공인한 선진국이다. 당연히 기업규제도 선진국 수준으로 합리화돼야 하는데 오히려 뒷걸음질이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 혁신을 외쳤지만 말뿐이었다. 오죽하면 미 국무부가 “한국은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은 규제의 불투명, 일관성 없는 규제해석 등이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겠는가. 팽배한 반기업 정서부터 극복해야 ‘한국=기업의 무덤’이라는 오명도 벗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