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더 연장키로 했다. 연일 네 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하자 현 단계 거리두기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 피해가 극심하고 방역 피로감도 커 지금과 같은 금지와 단속·처벌 위주의 방역지침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무엇보다 일관성도 합리성도 없는 데다 난수표처럼 복잡하다는 불만이 많다. 밀폐된 공간에 수십, 수백 명이 모이는 지하철은 괜찮고 수도권에서 택시는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만 탈 수 있게 한 것부터 그렇다. ‘3인 이상 모임 금지’의 경우 같은 직계가족이라도 현재 동거 중이면 괜찮고 따로 나가살면 안 된다는 등 말 그대로 ‘이현령비현령’이다.

단순 확진자 수에 따라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게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코로나 감염 시 경과, 치료법 등이 널리 알려지고 백신 접종이 늘면서 초기에 비해 중증환자 발생이나 사망 확률은 크게 낮아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백신 접종 전 2%에 조금 못 미치던 사망률이 접종 후 0.46%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확진자 수에 얽매이기보다 중증환자와 치명률을 낮추는 데 방역 초점을 맞춰야 한다”(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견해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른바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 논의다. 실제 영국 미국 등은 최근 확진자가 늘고 있지만 백신 접종에 집중할 뿐,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은 거의 제약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을 오르내리지만 성인 70%가 1회 이상 백신을 맞았고 접종 완료자의 중증 진행 확률은 0.004%, 사망률은 0.001%에 불과하다. 지난달 코로나 규제를 모두 풀어버린 영국은 2~3주 전 하루 5만 명에 달하던 확진자 수가 최근 2만 명대로 줄었다. 영국 성인의 94%가 항체가 있고 최근 코로나 치명률은 0.1%도 안 된다.

백신 1차 접종률이 40%를 막 넘긴 우리나라가 이들처럼 코로나 규제를 모두 풀 수는 없다. 당분간 백신 접종을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다만 확진자 대다수가 입원이 필요치 않고 치명률 역시 계속 낮아지는데도 확진자 숫자만을 기준으로 일상을 통제하는 방식은 어떤 형태로든 수정할 때가 왔다. 지금 같은 방역정책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너무 큰 피해를 주는 데다 ‘정치 방역’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방역 실패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도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