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 “정말 대접받는 느낌이었다”는 이례적인 소감을 SNS에 남겼다. 애틀랜타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올린 포스팅에서 “미국이 신경을 많이 써주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북핵, 백신 등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논란과 별개로 이번 방미는 의전만큼은 남달랐다는 평가가 많다.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퉁명스런 직설적 발언에 곤혹스러워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분명 큰 변화다. 당시는 정상 간 단독 대화가 단 2분에 그쳤고, 문 대통령은 방미기간 내내 불편한 심기로 표정관리를 해야 했다. 반면 이번엔 느긋한 표정으로 일정을 소화했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해 정치적 반대진영에서조차 ‘한·미 동맹 복원’ 기대감이 형성될 정도다.

역대 대통령들이 한·미 정상회담 때마다 을(乙)의 입장에서 알게 모르게 받았던 냉대를 환대로 탈바꿈시킨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우리 기업들이다. 400억달러(약 44조원)의 막대한 투자약속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선물을 안긴 것이, 미사일 개발 제한거리 해제 등의 반대급부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공동 기자회견 때 바이든이 삼성 현대차 SK LG그룹 대표를 일으켜세운 뒤 ‘생큐’를 연발한 것은 동맹의 지렛대 역할까지 하고 있는 기업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번 방미는 기업 투자가 정부 외교까지 떠받치는 ‘뉴노멀’의 도래를 잘 보여준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패권전쟁을 노골화하며 반도체·배터리·의약품·희토류 등 4개 분야의 밸류체인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자신의 구상을 지원하자 한국 대통령을 파격 예우하는 방식으로 화답했다. 아무런 투자약속이 없었던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두 달 전 미·일 정상회담 당시 시종 딱딱한 분위기에서 햄버거 오찬을 감내했던 것과 대비된다.

돌이켜보면 기업을 적폐로 몰아붙이고 첩첩 규제를 남발하며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인 양 대해온 게 이 정부에서 4년 내내 이어진 일이다. 그렇게 국내서 홀대한 기업들이 세계 어디서도 별로 환영받지 못했던 한국 외교를 심폐소생시킨 셈이다. 세계적 기업의 사절단 참여를 세계의 리더인 미국 대통령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큼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제 반(反)기업 정서를 이용한 ‘기업 때리기’로 표를 얻는 일에만 치중해온 집권층이 달라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