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글로벌 시장의 강자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대다수 기업이 고민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매년 초 열리는 세계가전전시회(CES)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가 혁신제품의 경연장으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전시회는 미래 시장을 주도할 상품과 기술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기회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의 강자가 되려면 ‘어떤 상품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만드는가’도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가격이 비싸면 시장에서 외면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조 공정을 효율화해 최적의 생산방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디다스가 베트남에 있던 운동화 공장을 독일로 다시 들여와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해 인건비가 줄고 생산성이 높아진 사례가 있다. 최근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노버 산업박람회가 이번주 독일에서 열리고 있다. 하노버 박람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생산 공정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강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CES와 MWC가 디지털혁명 시대에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알 기회라면, 하노버 박람회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알 기회다. 그런 점에서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우리 기업들에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CES와 MWC에 비해 하노버 박람회에 대한 국내 기업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 아쉽다.

제조업 혁신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이 하노버 박람회에 동반국가로 참가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박람회 주최 측은 매년 행사 때마다 동반국가 제도를 운영해 자국 산업의 강점을 세계에 알리고, 다른 나라 선진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은 2009년 동반국가로 참가해 국가브랜드 제고와 유럽시장 진출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최근에는 미국, 중국, 인도 등이 제조업 혁신을 위해 동반국가로 적극 참가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공룡 기업보다 적응력이 빠른 기업이 생존한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살아남으려면 상품만 혁신적이어서는 안 된다. 생산성을 높일 제조 혁신이 함께해야 한다. 최근 제조업 후퇴와 이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 일자리 감소의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가 ‘제조업 르네상스’를 통해 경제활력을 되찾는 전환점을 하노버 박람회에서 찾아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