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중국發 먹구름…우산은 누가 챙기나
현대자동차가 중국 베이징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고 한다. 롯데도 유통사업에 이어 식품과 음료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줄줄이 철수다. 걱정스럽다.

이유는 다양하다. 경쟁력이 떨어져서, 적자 누적으로, ‘사드 보복’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서…. 맞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게 있다.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우리 수출의 27%를 차지하는 중국이다. 홍콩까지 합하면 35%다. 중국이 재채기라도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릴 구조인데 이번엔 쇼크다. 우리 경제에 심장마비가 올 판이다. 과거 같으면 민관 대책 회의가 날마다 열리고 부처별로 대책이 쏟아졌을 터다. 그러나 정부는 조용하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얼마 전 이런 얘기를 했다. “경제 운영은 합리적인 범위를 결코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 목표는 6.0~6.5%다. 줄곧 하향 조정돼온 터다. 그 숫자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뜻인데 뒤집어 말하면 그마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이 본격 개방에 나선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중국의 지난 2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0% 넘게 줄어들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가장 큰 요인이다. 미국과의 마찰이 해소될 경우 고성장 궤도로 복귀할 수 있다면야 무슨 문제겠는가. 그게 그렇지 않다. 보호무역주의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차이나 쇼크’가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중국 영향에 우리 수출은 벌써 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2월 수출은 두 자릿수 감소였다. 이달 들어 사정은 더 좋지 않다.

나라 경제의 주춧돌이다. 수출이 망가지니 투자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얼마 전 발표된 지난 1월 설비투자는 16.6% 감소였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린 판정은 다섯 달 연속 경기 둔화다.

그뿐인가. 무디스 등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까지 낮춰 잡았다. 정부 전망치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경제성장이 중·단기적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며 대책을 주문했다. 국제기구의 이례적인 진단이다. 사정은 더 나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에 관심이 없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경제부처 신년 업무보고를 두 달이나 미뤄 받았겠는가. 그것도 대면이 아니라 서면 보고다. 처음 들어보는 얘기다. 경제부총리조차 면담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은 경제 현실을 누구에게 듣겠는가.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는 청와대 참모들뿐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나온 수출 지원책이라는 것이 이 모양인 이유다. 무역금융 확대, 수출마케팅 확대, 시장 다변화…. 수십 년 전 트로트 메들리다.

좌파 학자들은 때만 되면 내수 중심의 성장에 나서야 한다고 거품을 문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 경제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니 내수 중심 경제로 전환해 중소기업과 영세 상인이 온기를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게 바로 소주성이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에겐 내수 중심 성장이란 게 여의치 않다. 우리의 모든 자원을 닥닥 긁어모아 내수 경제에 주력했다면 지금의 국민소득 3만달러 국가는 존재할 수 있었을까. 수출이 성장의 토대다.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이다. 모름지기 정부라면 사드 보복에 방패 역할부터 맡아야 한다. 그리고 중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줘야 한다. 우리 기업이 중국 신흥 전략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짜준다든지, 중간재가 아니라 소비재 수출에 주력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선다든지 말이다. 한·중·일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나서 보호무역주의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에는 관심조차 없다.

정부 역할은 않고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하지만 정책 변화 없이 기업의 투자를 끌어낼 방법은 없다. 투자 부진은 고용 부진으로 이어진다. 2월 제조업 취업자가 15만 명이나 줄었다.

그래도 끝없는 노조 편향 정책이다. 여당이 소원하는 초장기 집권의 든든한 지원 세력이다. 이미 총선 모드다. 대북 문제에는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경제에는 무관심이다. 중국발(發) 먹구름이 몰려온다. 우산은 누가 챙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