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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호 칼럼] 중국發 먹구름…우산은 누가 챙기나

    현대자동차가 중국 베이징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고 한다. 롯데도 유통사업에 이어 식품과 음료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줄줄이 철수다. 걱정스럽다.이유는 다양하다. 경쟁력이 떨어져서, 적자 누적으로, ‘사드 보복’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서…. 맞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게 있다.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들어섰다는 점이다.우리 수출의 27%를 차지하는 중국이다. 홍콩까지 합하면 35%다. 중국이 재채기라도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릴 구조인데 이번엔 쇼크다. 우리 경제에 심장마비가 올 판이다. 과거 같으면 민관 대책 회의가 날마다 열리고 부처별로 대책이 쏟아졌을 터다. 그러나 정부는 조용하다.리커창 중국 총리가 얼마 전 이런 얘기를 했다. “경제 운영은 합리적인 범위를 결코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 목표는 6.0~6.5%다. 줄곧 하향 조정돼온 터다. 그 숫자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뜻인데 뒤집어 말하면 그마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이 본격 개방에 나선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중국의 지난 2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0% 넘게 줄어들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가장 큰 요인이다. 미국과의 마찰이 해소될 경우 고성장 궤도로 복귀할 수 있다면야 무슨 문제겠는가. 그게 그렇지 않다. 보호무역주의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차이나 쇼크’가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중국 영향에 우리 수출은 벌써 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2월 수출은 두 자릿수 감소였다. 이달 들어 사정은 더 좋지 않다.나라 경제의 주춧돌이다. 수출이 망가지니 투자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얼마

    2019.03.13 18:06
  • [김정호 칼럼] 노조에 경영 간섭 길 터주겠다니…

    한국수자원공사가 이사회를 노동조합에 열어줬다. 소위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노동이사제’가 법 개정이 여의치 않아 노동계 입장을 반영해 절충했다고 한다. 노조가 의사 결정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안건과 자료는 모두 열람하고 발언도 한다.은행 노조들은 한술 더 뜬다. 국회의 법 통과와 무관하게 노동이사를 추천하겠다고 서로 아우성이다.정부는 노조가 이사회에 참여하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제도라면 왜 국회가 선뜻 받아주지 않겠는가.하긴 미국에도 이런 움직임이 있다. 지난달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주인공이다. 강성 좌파다. 그는 지난해 ‘책임있는 자본주의 법’이라는 법안을 냈다. 연간 매출 10억달러(약 12조원)가 넘는 기업은 이사회의 40%를 노동이사로 채워야 한다는 안이다. 자본주의 맹주라는 미국이다. 그런 미국의 대선 주자가 내세운 공약이다. 좌파 매체인 복스는 그의 제안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우파 내셔널리뷰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유재산 침해’라고 썼다. 미국에서도 좌우 대결의 핵심 의제가 돼가는 느낌이다.미국이고, 한국이고 모델은 어차피 독일이다. 독일은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의 이중 구조인데 종업원 2000명이 넘는 기업은 감독이사회의 절반을, 500명 넘는 기업은 3분의 1을 노동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공동결정제도’다. 노조가 회사의 모든 수를 읽고 개입한다. 지금 방식으로 운영된 지 40년이다. 우리 정부 주장대로 경영이 투명해지고 이해관계자 모두에 도움이 됐을까.반드시 그

    2019.02.27 17:17
  • [김정호 칼럼] 비판이 비판다워야…

    칼럼을 쓴다는 건 매우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다 보니 의견이 다른 독자도 적지 않아서다. 아무리 정확한 팩트와 정연한 논리로 엮어낸다 해도 비판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직접적인 반응은 인터넷 댓글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메일을 보내오거나 전화를 걸어오는 독자들도 있다. 절반은 반대 의견이다. 그렇다고 억지를 부리진 않는다. 차분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마운 분들이다. 그런 건전한 비판은 나중에라도 칼럼에 반영하려고 노력한다.하지만 요즘은 답답할 때가 많다. 막무가내식 억지 탓이다. 언어폭력 수준인 인터넷 댓글은 그러려니 한다. 문제는 정치 편향의 인터넷 매체와 공정성을 잃은 방송 매체들이다. 하긴 그들이 뭐라 한들 관심은 없다. 다만 그들의 억지가 진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오도한다는 사실이 답답할 따름이다.얼마 전 ‘국민을 세금으로 벌주는 나라’라는 칼럼을 썼다. 과도한 증세에 대한 걱정이었다. 정부가 ‘부자 증세’에 몰두한 탓에 ‘건전한 부’까지 비난받는 사회가 됐다며 평생 노력까지 세금으로 바쳐야 하는 불합리한 세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칼럼을 몇몇 인터넷 매체와 방송 시사 프로그램이 비난을 한 모양이다. 흥분한 독자들이 이런 편파 왜곡 방송이 있냐며 연락을 줘서 찾아봤다. 가관도 아니었다. 억지투성이였다.무엇보다 당황스러운 건 1%에 불과한 과세 대상자를 전체 국민으로 일반화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었다. 선전과 선동이라는 극단적인 용어까지 동원됐다. 1%의 과세 대상자는 국민도 아니라는 듯 말이다. 칼럼의 계기가 된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세금 폭

    2019.02.13 18:06
  • [김정호 칼럼] 반도체 클러스터, '超격차'만 생각해야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전이 과열 상태인 모양이다. 어제도 경북 구미에서 대규모 유치 행사가 있었다지만 알려진 건 없다. 경기 용인과 이천, 충북 청주 등 유치 경쟁에 나선 지역에선 늘 있는 일이라는 얘기다. ‘불꽃 경쟁’이다.투자가 10년간 120조원이다. 투자는 SK하이닉스가 하지만 정부가 총력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용이 1만 명을 넘는다. 유치전 가열이 당연한 일인 듯싶다.문제는 후유증이다. 연초 가전 전시회(CES)에 최태원 SK 회장이 참석한다는 소문에 조우(遭遇)를 노린 지자체장들이 앞다퉈 미국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는 소식은 애교 수준이다. 지자체장들은 일찌감치 청와대와 정부 부처, 여야 정당을 헤집고 다니며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정치로 비화했으니 결론이 어떻든 중앙정부는 중앙대로, 지방정부는 지방대로 상처를 입게 됐다. 정부 내에서 지금이라도 국제 경쟁력만으로 입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그러자면 클러스터 추진 배경부터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치킨게임’ 속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기술력과 선제적 투자 그리고 뛰어난 인재가 있었던 덕분이다. 반도체 고점 논란이 있긴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산업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어 꾸준히 노력하면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산업이다.겁이 나는 건 중국이다. 정부가 앞장서 대규모 투자로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무서운 기세다. 클러스터 확보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다행히 삼성엔 부지 문제가 없다. 평택에 90조~100조원의 투자를 버텨

    2019.01.30 17:56
  • [김정호 칼럼] 국민을 세금으로 벌주는 나라

    캐나다의 자유주의 경제학자 피에르 르뮤는 폭력단이 서로 경쟁을 거쳐 하나만 살아남아 경찰도, 재판소도, 군대도 독점하면 실로 그것이 국가라고 했다. 사람들이 모여서 계약을 체결해 국가를 만들었다는 사회계약설은 허구며 세금은 그렇게 형성된 국가가 취하는 것이다.다케우치 야스오 일본 세이케이대 교수는 저서 《정의와 질투의 경제학》에서 르뮤의 주장을 이렇게 소개하면서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공짜로 물려줄 수 없다고 트집을 잡아 고율의 세금을 물리는 상속세에 국가 폭력단의 모습이 분명히 나타난다고 설명했다.사실 세금이란 돈을 벌 때 소득세를, 돈을 쓸 때 소비세를, 쓰고 남은 돈에는 재산세를 물리면 그뿐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조세 제도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폭력단의 유전자가 조세 정의에 늘 우선하는 탓이다.세금은 적을수록 좋다. 증세는 악이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폭력단은 거꾸로 간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세수는 늘 모자란다. 천연자원이 넘쳐나는 나라가 아니라면 말이다. 두 번째는 정치적 이유다. 배고픈 자와 배 아픈 자들의 표를 제 편으로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세금으로 부자를 혼내는 ‘징벌적 과세’는 조세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져온 정치 행위다.주택 공시가격과 토지 공시지가가 세 배까지 올랐다. 정부가 감정원과 감정평가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결과다. 보유세 부담이 지금보다 2~3배 훌쩍 뛴다. 게다가 재산세, 취득세 등 지방세와 상속세,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국세는 물론 건강보험료까지 줄줄이 오르게 됐다. 가히 ‘세금 폭탄’이다.정부는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인상폭을 조정하는 방안을

    2019.01.09 18:04
  • [김정호 칼럼] 시민단체들 모두 어디 가 있는지…

    필리핀 시민단체들이 한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이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되가져 가라는 항의라고 한다. 우리에 비해 낙후된 나라다. 하지만 시민단체 수준은 우리보다 나은 모양이다.요 며칠 춥기는 해도 공기가 맑아 살 만하다. 시베리아 찬 공기가 중국발(發) 미세먼지를 밀어낸 덕분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며 27개 화력발전소 가동을 축소한 정부만 또 한심해졌다. 미세먼지 발생 요인을 죄다 국내 탓으로 몰아붙이는 정부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라는 걸 모르는 건 정부만이 아닌 듯싶다.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선 중국 대사관 앞에서 미세먼지 항의 시위를 벌였다는 시민단체가 이토록 없을 리 있겠는가. 국민건강권을 내세워 한국을 압박하는 필리핀 시민단체들이 부러울 뿐이다.시민단체가 왜 중국에 한없이 너그러울까. 이렇게들 말한다. 중국에 항의한들 들은 척도 않을 것이고, 미세먼지가 자기네 탓이 아니라고 답하면 그뿐 아니냐고 말이다. 중국 스스로 미세먼지를 줄일 방법이 없다는 옹호성 발언까지 마다하지 않는다.그렇다면 미세먼지가 일본이나 미국 탓이라고 해보자. 가만있을 리 없는 시민단체들이다. 사드 배치 때도 지역 주민들은 괜찮다는데 방사선이 국민 건강을 해친다며 미군의 진출입을 극렬하게 막아대던 그들이 아닌가.국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데 중국 대사관이 멀쩡할 리 없다. 맘만 먹으면 금세 촛불로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는 전문가들이다. 그 전투력이면 톈안먼 광장으로 뛰어가 탱크라도 맞서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왜일까.정부가 시민단체인 탓이다. 생

    2018.12.26 17:31
  • [김정호 칼럼] '광주형 일자리' 정부가 직접 노조 설득하라

    요즘 유행하는 정치인들의 ‘유체이탈 화법’은 허탈하기 짝이 없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 얘기다. 무산 위기에 놓이자 한다는 말이 “내가 직접 협상단장을 맡겠다”였다. 협상 타결 불발이 “협상 당사자 간 신뢰가 깨진 탓”이라면서 말이다.이게 무슨 소린가. 합의를 막판에 뒤집은 것은 광주시다. 그런데 ‘당사자 간 신뢰’ 타령이라니. 게다가 그간 무엇을 했기에 다 끝난 판에 내가 단장을 맡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가. 사업 주체가 광주시다. 현대자동차는 광주시 소유 공장에 생산을 위탁하려 했을 뿐이다. 그런데 시장이 스스로를 중재자로 생각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합의만 해오면 대폭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이다. 노동계가 쉽게 합의해줄 사안이라는 건가. 노동운동권 출신이 이렇게 말해선 곤란하다. 정부가 풀지 않으면 기업은 결코 풀 수 없는 문제다.“조금씩 양보해서 함께 가는 게 좋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예 “현대차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길 부탁한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은 더 걱정스럽다. 1998년 현대차가 8189명을 정리해고 하려던 때의 기억이다. 여당인 국민회의의 노무현 부총재가 울산공장에 엿새를 머물며 회사의 양보를 요구했다. 어쩌겠는가. 정리해고는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는 또 어땠나. 정부는 파업 때마다 회사에 타결을 압박했다. ‘괴물 노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초임 연봉 3500만원, 주 평균 근로시간 44시간, 그리고 경영 안정을 위해 5년간 단체교섭을 유예한다.’

    2018.12.12 17:16
  • [김정호 칼럼] 페로니즘 70년 현장도 살펴보시길…

    1947년 아르헨티나-. 쿠데타 세력의 대령 출신인 후안 페론이 노동계층을 등에 업고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는 두 가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사회 정의’와 ‘경제 독립’이다. 하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는 경제자문단에 네 가지 지침을 주면서 5개년 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첫째, 근로자의 급여를 대폭 올린다. 둘째, 완전고용을 이룬다. 셋째, 40% 넘는 성장률을 달성한다. 넷째, 철도 에너지 전화 등 사회간접자본을 대폭 개선한다.페론의 생각은 이랬다. 근로자의 임금부터 한껏 올려주자. 노동법을 손질하면 된다. 근로자의 임금이 늘어나면 소비가 늘 테고, 소비가 내수를 자극해 결국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겠나. 요즘 우리 용어로 말하면 ‘소득주도 성장’이었던 셈이다.최저임금법이 강화되고 근로시간이 줄었다. 정년 연장과 함께 퇴직금 제도가 만들어졌고 유급 휴가도 시행됐다. 매년 20%가 넘는 임금 인상이 단행됐다. 1947년의 임금 인상률은 무려 47%였다. 친노조 정책 일색이었다. 노조원이 5년 만에 4배로 불었다. 당시 분위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모든 정책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가파른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촉발시켰다. 실질 임금이 뒷걸음질쳤다. ‘퍼주기’에 익숙해진 근로자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파업이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수입대체산업을 육성하면서 자본재 수입이 늘어 외채가 급증했다. 페론은 결국 경제 독립을 포기하고 적극적인 외자유치 전략으로 급선회했다. 그 전략이 그렇지 않아도 불만이던 근로자들을 자극했다. 외자가 밀려들어오면 입지가 약화될 것을 우려해서다. 비행기가 대통령궁을 폭격하기까지 했을 정

    2018.11.28 17:30
  • [김정호 칼럼] 2019년 국민의 최대 고민거리는…

    ‘콘텍스트(context) 자동완성기능’이라는 게 있다. 포털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다 보면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가 순서대로 자동 나열되는 기능이다.국민들은 과연 2019년에 어떤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을지, 최대 포털 모바일 검색창에 ‘2019년’이라고 입력해봤다. 무슨 단어가 가장 먼저 뜰까. 놀랍게도 ‘2019년 최저임금’이었다. 국민들이 최저임금에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 알 수 있다.최저임금은 올해 16.4% 인상된 데 이어 내년 1월 8350원으로 오른다. 인상률이 무려 10.9%다.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장이 대상이다. 법을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수준으로는 법 준수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인력 구조조정이나 허위 근로계약서로 피해 가려는 고용주들이 적지 않다. 근로계약서를 속여 쓰고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주거나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식이다. 이판사판이다. 여기에 또 하나,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처벌 조항이 되살아나 내년 1월 본격 시행된다. 위반 시 사업주가 2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2년 이하 징역 처벌을 받게 되는 법률이다.고용주들은 어차피 줄줄이 범법자로 내몰리게 됐다. 지킬 방법이 없다. 주휴수당까지 포함한다는 최저임금법 시행령대로라면 연봉 4000만원이 넘는 대기업들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니 말이다.기업들은 이미 인력 감축에 나섰다.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대응 방법이라는 게 달리 있을 수 없다. 벌써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어제 발표된 10월 실업률이 13년 만에 최고라 하지 않던가.국책 연구기관

    2018.11.14 17:59
  • [김정호 칼럼] 1998년과 2018년, 그리고 광주형 일자리

    광주에 ‘합리적 임금’의 완성차 공장을 세운다는 소위 ‘광주형 일자리’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이다. 여당이 초당적 지원을 약속했고 광주시와 노동계가 합의했다니 말이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협의를 거듭하고 있어서 조건만 맞는다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고 한다.하지만 변수가 있다. 현대·기아차 노동조합이다. 벌써부터 파업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이다. 자신들의 ‘반액 연봉’으로 돌아가는 공장이 세워진다는데 그냥 넘어갈 노조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1998년 5월이었다. 현대차가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섰다. 상황은 심각했다. 외환위기의 한복판에 가동률은 40%까지 떨어졌다. 1만 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강제 휴가를 떠났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때다.정리해고가 법제화된 게 그해 2월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58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주는 조건이었다. 미국 정부는 친(親)노동 성향의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의 정리해고제 도입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산 자택으로 데이비드 립턴 재무부 차관보를 보내 ‘면접시험’까지 치렀다. 고용 유연성 확보 없이 한국 경제는 미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초유의 사태에 정치권도 모두 찬성했다. 그리고 맞닥뜨린 첫 대규모 정리해고 사례였다.하지만 결과는 엉뚱했다. 8189명을 정리해고하려던 현대차는 277명만을 해고했을 뿐이다. 그것도 절반이 ‘식당 아줌마’들이었다. 그들은 노조가 식당 운영권을 넘겨받아 다시 고용했다. 정리해고는 없었던 셈이다.기억나는지 모르겠다. 그해 8월 여당이었던 국민회의 노무현 부총재가 울산공장에 내려와 엿새를 머

    2018.10.31 17:56
  • [김정호 칼럼] 기업 상속, 원천 봉쇄하려는가

    국정감사 기간이다. 사무실에 국회TV를 틀어놓을 때가 잦다. 고성 다툼 속에도 생각해볼 이슈가 적지 않아서다.며칠 전 정무위 국감에서다. 한 의원의 질의에 귀가 뜨였다. “정부가 기업 경영권을 공개적으로 탈취하는 것 아닌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대한 질의다. 상속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수직 계열화된 기업 간 거래도 일감 몰아주기로 처벌하면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불가능해지니 자본주의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었다.의미심장한 얘기다.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 상속세를 내려면 회사를 팔아야 할 처지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2, 3세들은 기본적인 부를 형성하기 위해 쏟아지는 비난에도 계열사를 통해 일감을 몰아가는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상속세율은 그대로 둔 채 이런 길까지 막아 버리면 어떻게 경영권을 상속하느냐는 것이다. 그 길을 막으려면 상속세법부터 고쳐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재벌은 뭇매를 가해야 시원하고, 2, 3세 상속은 원천 봉쇄해야 속이 풀리는 게 요즘 세태다. 그런데도 이런 발언을 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싶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자체가 법 원칙에서 벗어난 과잉 규제라는 너무도 당연한 지적에도 비난이 쏟아지는데 말이다.우리 상속세율은 50%다. 하지만 주식으로 직계비속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는 65%로 올라간다. 극히 일반적인 상속 형태에 대한 세율이다. 지구상에서 상속세를 이렇게 뜯어가는 나라는 없다. 오히려 직계 자녀들이 기업을 물려받으면 세금을 깎아주고, 그들이 경영하는 동안엔 세금을 내지 않도록 자본이득과세를 이연해

    2018.10.17 17:56
  • [김정호 칼럼] 車산업 위기, 대통령이 직접 들여다보시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에 앞서 자동차부품회사부터 찾았다고 한다. 다행이다. 자동차산업 위기에 답답해하던 터다. 산업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이 현장부터 챙겼다니 반가운 일이다.그렇다고 답답증까지 가신 건 아니다. 청와대 중심의 이 정부에서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어서다.어려움을 겪는 자동차부품업계다. 완성차 판매가 5년 새 12% 가까이 줄었다니 멀쩡할 리 없다.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은 데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이 직격탄이 됐다. 도산 위기에 빠진 회사가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해운이나 조선산업 처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산업·노동·금융 정책은 물론이다. 지방자치단체까지 머리를 맞대야 하는 문제다. 그러나 범(汎)정부 차원의 협력 체제는 보이지 않는다.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상 문제도 그렇다. 상상을 초월하는 메가톤급 위기다. 대통령이 앞장서 뛰어도 힘에 부칠 일인데도 대응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미국은 캐나다, 멕시코와 무역협정을 손보면서 자동차 수출을 쿼터로 묶고, 그 이상에는 25%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덜컥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부터 마무리한 한국으로선 난감한 일이다. 개정안에는 공식화된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관세 인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관세가 25% 인상되면 대미(對美) 수출은 자동 포기다. 쿼터제가 돼도 쿼터를 넘기면 25% 관세다. 현대자동차도 일부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처지가 될 것이라는 게 엄살이 아니다.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인상 자제를 촉구하며 대미 흑자폭이 크게 줄었

    2018.10.03 17:36
  • [김정호 칼럼] '건전한 1주택'까지 투기로 몰아붙이니

    베이비부머라고 한다. 6·25전쟁 직후부터 가족계획 정책이 시행된 196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정말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던 세대다.베트남과 중동은 그 가난의 탈출구였다. 원조 기러기 아빠들이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고, 열사의 땅에서 눈물로 모래밥을 삼켰다. 하루 18시간 일하던 근로자들, 조악한 상품을 들고 세계 시장을 뛰어다닌 상사원들, 고단하긴 모두 마찬가지였다.가장들은 번 돈을 모두 집으로 보냈고 아내들은 허리띠를 더 졸라맸다. 그렇게 단칸 셋방을 벗어나 꿈에 그리던 마이홈을 일궜다.경제가 급성장하던 시기다. 더 나은 주거와 교육 환경을 찾아 이사했다. 친구 따라 강남도 갔다. 그렇다고 내 집에 살아본 적도 없다. 남에게 세를 주고 전세로 전전해온 사람들이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출퇴근 버스 속에서 꾸벅꾸벅 졸아대면서도 내 집을 가졌다는 뿌듯함에 피곤한 줄 몰랐다.지금은 대부분 은퇴 생활에 들어간 우리네 60대들의 자화상이다. 물론 큰돈을 번 부자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녀들을 번듯하게 키워 내느라 남긴 게 고작 집 한 채다. 이제 그 집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게 남은 꿈일 뿐이다.그런데 말이다. 갑자기 투기꾼이 됐다. 정부의 겁박은 남을 두고 하는 얘긴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얼마 전 우체통에서 재산세 통지서를 뽑아보고 내 얘기로 돌변했다. 게다가 1주택자도 종합부동산세가 크게 오른다고 하지 않던가.죄라면 갖고 있는 집 한 채다. 내가 내 집을 깔고 앉았는데 무슨 투기를 했다고 ‘징벌적 과세’란 말인가. 투기는 생각해본 적도 없고, 가처분소득이 생긴 것도 없다. 집값이 올랐을 뿐이지 내가 집값을 올린 적은

    2018.09.19 17:39
  • [김정호 칼럼] 최저임금, 차라리 정부가 직접 결정하라

    최저임금 결정이 법정시한을 넘기는 건 예삿일이 돼 버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대체 누가 최저임금을 결정하기에 매년 이 모양일까.최저임금위원회는 애초 갈등 구조다. 노측은 언제나 30% 인상안을 들고 나오고 사측은 동결을 주장한다. 터무니없기는 오십보백보다. 협상이 이뤄질 턱이 없다. 억지만 오간다. 법정시한을 넘겨 공익위원들이 만든 중재안이라는 것이 표결에 부쳐지는데, 대개 노사 한쪽이 퇴장한 가운데 이뤄진다. 결국 최저임금 협상은 하투(夏鬪)의 전초전으로 변질돼 노사 간 악감정만 쌓이게 만드는 이상한 절차가 돼 버렸다.객관적인 지표를 토대로 결정되는 적은 없다. 물론 위원회는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 객관적 자료를 성실하게 구하고 분석한다. 그러나 전체회의가 열리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숫자가 된다. 정치적인 발언에 정치적인 해결책만 제시될 뿐이다. 열심히 배운 미적분 공식은 제쳐 둔 채 주먹으로 수학 문제를 푸는 꼴이다.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해서는 상반된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리면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젊은 사람들이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최저임금 인상이 빈곤 탈출의 지름길이라는 반론이 맞부딪친다. 데이비드 카드, 앨런 크루거 두 학자가 주류학계에 반론을 던지면서 시작된 찬반 양론은 20여년째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시카고대가 전문가를 상대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줄일 것인가’라는 설문을 했는데 줄어든다, 아니다, 모르겠다가 3분의 1씩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헷갈리는 게 최저임금이다.최저임금 결정에 정

    2016.07.06 17:29
  • [김정호 칼럼] 대우조선 사외이사에겐 왜 책임 묻지 않나

    대우조선해양 감사위원장이 중도 사임했다. 현직 교수다. 그는 2013년부터 이 회사 사외이사를 맡아 지난해까지 분식회계와 관련된 모든 안건에 찬성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직무 수행에 한계를 느꼈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부담이 컸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임기를 1년 남긴 채 부담을 훌훌 털고 대우조선을 떠났다.이사회라는 것이 사전 논의와 조정 과정을 거쳐 회의 때는 표결이 아닌 만장일치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긴 하다. 그렇다고 이 회사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그렇게 운영돼 왔다고 볼 수는 없다. 결과가 말해준다. 드러난 분식회계 규모가 1조5000억원이다. 회사는 부실 감추기에 급급했고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역할’이나 하면서 6000만원이 넘는 고액의 보수를 챙겼다고 보는 게 비정상일까.몸통은 어디 두고 깃털을 물고 늘어지느냐는 분들이 있겠다. 맞다. 정작 비난받아야 할 몸통은 정부와 정치권이다. 누구 말마따나 청와대 서별관에 모여 앉았던 핵심 관료들과 정치권이 주무른 결과가 대우조선 사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대우조선 경영진도 책임의 당사자들이다. 그러면 이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사외이사들도 그냥 넘어가야 할까. 아니다. 그들이라도 제 역할을 했더라면 이 지경이 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애초 문제가 많은 사외이사들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뿌린 낙하산이 가히 공수부대 수준이다. 대우조선이 ‘국영기업’이 된 이후 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 60%가 관료 또는 정치권 인사다. 현 정권에서는 낙하산이 더 늘어났다. 잿밥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이다. 회사가 멀쩡할 리 없다. 정부와 회사가 요구하는

    2016.06.22 17:45
  • [김정호 칼럼] 조선 구조조정 회의, 대통령이 주재하자

    정치인들이 대우조선해양 조선소를 앞다퉈 방문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진앙이다. 사공이 많아져 배가 또 산으로 올라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하지만 대규모 실업과 지역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정치권만 나무랄 것도 아닌 것 같다. 정작 걱정스러운 건 야당을 통해 확인한 정부의 안이한 현실 인식이다.현장에서 “2018년이면 조선산업이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한 사람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이다. 경제학자도 정치인이 되면 포퓰리스트가 되나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더민주에 그렇게 보고했고 최 부의장은 그 말을 인용했을 뿐이라고 한다. 더민주는 그렇다면 굳이 인력을 줄일 필요가 있겠느냐, 노사가 임금만 조정하는 선에서 협의하는 게 좋겠다는 훈수를 두고 돌아갔다고 한다.조선산업이 2018년이면 위기를 벗을 수 있을까.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발주가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우리 수주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산업부 주장이다. 조선산업 위기의 본질은 경기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데 더 이상 이견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주무부처가 꿈속을 헤매고 있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진행된 조선산업 구조조정 논의에 주무부처가 한 일은 없다. 산업부는 조선산업이 해양플랜트와 고부가 선박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고 10만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하지만 공급 과잉 속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하는 상황이 거듭됐고 고부가 사업은 기술 부족으로 시행착오가 이어졌다.결국 9사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7개 조선소가 채권단 관리에 놓였다. STX조선은 어제 법정관리 결정

    2016.05.25 17:49
  • [천자칼럼] CT와 MRI

    살아있는 사람의 내부를 처음 사진으로 촬영한 것은 1895년 독일의 빌헬름 뢴트겐에 의해서였다. 그는 자신이 실험 중 우연히 발견한 X선이 사람을 투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부인 손을 X선으로 사진을 찍었다. 수술을 하지 않고도 살아있는 사람의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 열린 순간이다. 뢴트겐은 X선 발견으로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다. 그만큼 X선 발견은 현대 물리학에서 혁명의 출발점으로 불리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런던과학박물관이 얼마전 선정한 ‘지난 100년간 세계를 바꾼 10대 발명품’에서도 X선은 단연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X선의 뒤를 이은 의료영상기기는 컴퓨터단층영상촬영장치(CT)다. 인체의 내부를 평면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는 X선의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다. X선을 360도에 걸쳐 일정한 각도로 회전하면서 인체에 투사하고 처음 쏜 방사선량과 인체를 투과한 방사선량의 차이를 측정한다. 이 데이터를 영상으로 표현해 낸 것이 CT 사진이다. CT가 X선 촬영의 연장선상에서 개발된 기술이라면,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는 X선과는 전혀 다른 핵자기공명(NMR)이라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세포내 수소(H)에 강한 자기장을 걸어 되돌아오는 변화를 2~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장비다.CT와 MRI는 작동원리가 다른 만큼 응용되는 부분도 다르다. CT는 뼈처럼 딱딱한 부위가 정확하게 촬영되며 조직 사이의 작은 질병을 찾아내기가 쉬워 소화기 간 근골격계 척추 비뇨기계 등에서 전반적으로 사용된다. 검사시간이 빨라 움직이는 장기와 응급환자에 많이 사용되고 비용도 저렴하다. 다만 방사선 노출량이 X선의 최고 100배나 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응급 환자가 아니라

    2012.02.22 00:00
  • [천자칼럼] 호르무즈 해협

    정화(鄭和)는 중국 명나라 때 항해왕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수백 척의 선단을 이끌고 중국과 중동 서남아 동아프리카를 잇는 새로운 해상 무역로를 개척했다. 그의 함대는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보다 다섯 배나 큰 배에 채소밭까지 갖춘 채로 바다를 누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까지 도달했다니 지금 상상해도 놀랍기만 하다.정화는 일곱 번의 항해 가운데 두 차례에 걸쳐 중동에 깊이 들어간다. 그 중심이 바로 호르무즈해협이다. 마지막 항해에서는 호르무즈 왕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았고, 함대 일부는 페르시아만으로 올라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참배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정화가 호르무즈해협을 환대받아가며 누빌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색목인(色目人)이자 회교도인 덕이 컸다. 1371년 윈난(雲南)성 쿤양(昆陽)에서 태어난 그의 성은 마(馬), 이름은 싼바오(三保)였다. 그의 선조는 원나라 때 서역에서 이주해 온 이슬람 교도였다. 윈난성이 명에 정복되자 그는 포로로 잡혀가 거세된 후 환관으로 연왕(燕王) 주태를 섬겼다. 주태가 명나라 3대 황제 영락제(永樂帝)다. 그는 환관의 장관인 태감(太監)으로 발탁되고 영락제의 명령으로 대양 함대를 성공적으로 지휘해 정(鄭)이라는 성을 하사받는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신밧드가 바로 정화라는 주장이 있는 것도 그의 외모와 종교, 그리고 일곱 차례의 대양 항해 경험에서 비롯된다. 신밧드의 고향이 호르무즈해협 인근의 항구도시 소하르라는 점도 그렇다. 정화가 일곱 번째 항해를 마치지 못하고 사망한 곳도 호르무즈다. 호르무즈해협의 호르무즈섬에는 정화 함대가 떠난 지 80년 뒤 포르투갈 함대가

    2012.01.09 00:00
  • [천자칼럼] 부검

    이집트의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굴된 것은 1922년. 그러나 그의 사인이 제대로 밝혀진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독일 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지난해 유전자 분석과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동원해 투탕카멘 미라를 부검했다. 결과는 유전적 질환으로 면역체계가 약해진 상태에서 다리 골절상을 입고 말라리아에 걸려 숨졌다는 것이다. 그가 죽은 시점이 BC 1352년이었으니 무려 3362년 만에 사인이 명확해진 셈이다. 1991년 알프스에서 발견된 얼음인간 외치(Oetzi)의 사망 원인은 화살이 쇄골하 동맥을 관통하면서 일으킨 과다출혈이었다. 미토콘드리아 분석 검사까지 한 결과, 그의 피를 이어받은 자손이 5300년이 지난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부검의 위력이다. 부검은 눈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피는 검안으로 시작된다. 냄새도 일일이 맡아본다. 그 다음 메스로 가슴부터 배 아래까지를 가른 뒤 장기를 살펴본다. 장기는 심장-폐-간-비장-신장의 순서로 떼어내 무게를 잰다. 출혈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머리는 마지막에 다룬다. 뇌를 떼어내고 경막과 두개골의 상태를 보는데 충격을 살피기 위해서다. 타살 흔적을 찾기 위해 근육 등에 남아 있는 상처 부위는 집중적으로 검사한다. 다양한 화학반응 검사와 생물학적 검사가 병행된다. 모든 검사가 끝나면 장기나 뼈를 제자리에 놓고 다시 꿰맨다. 완벽한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부검의로서의 올바른 태도라니 무척이나 힘든 작업이다.17일 급사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이튿날 부검을 받았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발표한대로 급성 심근경색이라면 사망 직후 부검으로는 좀처럼 사인을 발견하

    2011.12.20 00:00
  • '최저가 3억' 슈퍼카 람보르기니 한국시장 '한발앞으로'

    최저가가 2억9000만원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니기가 국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이같은 초고가 수제 스포츠카 브랜드가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건 고가의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세에 있다는 판단에서다.람보르기니의 공식 수입사인 람보르기니서울은 3일 경기도 화성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미디어 드라이빙 체험행사를 열고 최고속도 320㎞/h의 슈퍼카 성능을 뽐냈다.이날 성능을 공개한 차량은 가야르도 LP550-2와 가야르도 LP560-4. 후륜구동인 가야르도 LP550-2는 최고출력이 8000rpm에서 550마력, 최대토크는 6500rpm에서 55.06kg.m이며, 제로백 가속시간은 단 3.9초다.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춘 가야르도 LP560-4는 최고출력 560마력(8000rpm), 최대토크는 55.06kg.m(6500rpm), 제로백 가속시간은 3.7초.이날 행사장에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가야르도 LP550-2 트리콜로레와 가야르도 LP570-4 스파이더 퍼포만테가 전시됐다.람보르기니는 지난 3월에는 한국 진출 후 처음으로 국내 판매 중인 가야르도 모델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최대 3천만원에 달하는 차량 등록 비용을 지원하는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람보르기니가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모델은 가야르도 LP560-4, LP560-4 스파이더, LP560-4 비콜로레, LP570-4 수퍼레제라, LP550-2 등 총 5가지다.버톨리 지나르도 람보르기니 한국.일본 지사장은 "한국은 경제가 급성장하는 만큼 슈퍼카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내 총 7개 라인업을 갖추고 최소한 10대 이상의 슈퍼카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람보르기니는 4일에는 일반 고객 50명을 초청해

    2011.06.03 00:00
  • 현대차,유성기업 파업으로 포터와 엔진 생산 24일 중단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인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포터와 엔진공장의 생산이 오는 24일부터 전면 중단된다.22일 현대차 울산공장에 따르면 자동차 엔진의 핵심 부품인 피스톤링을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유성기업 노사가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도입을 놓고 갈등을 빚다 노조의 파업과 회사의 직장폐쇄로 생산을 중단했다.핵심 부품업체의 생산중단이 현대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현대차 울산공장 중 4공장에서 생산중인 포터는 오는 24일부터 생산이 모두 중단된다.또 엔진공장내 디젤엔진 생산도 할 수 없어 포터와 투산, 싼타페 디젤엔진도 24일부터 생산을 할 수 없게 된다.그동안 항상 주말 특근을 통해 전 공장에 엔진을 공급해왔던 현대차 울산공장 엔진공장은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인해 이미 지난주 주말 특근에 이어 이번주 주말 특근도 하지 못했다.울산2공장에서 생산중인 싼타페도 가솔린 엔진이 장착되는 차량은 아직 재고가 남아 당장 생산차질은 없지만 디젤엔진이 장착되는 차량의 경우 이번주 중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현대차는 보고 있다.유성기업이 완성차업체에 납품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은 피스톤링, 캠 샤프트, 실린더라이너 등 엔진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다.현대차는 피스톤링의 70%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차는 "유성기업의 생산이 재개되지 않는 이상 각 공장의 생산중단 상황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jhkim@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2011.05.22 00:00
  • [2009 일본경제 리포트] (下) "경제 공공의 敵은 정치"

    "아소 총리의 잘못이에요. "일본 자민당의 이마즈 히로시 중의원 의원(63)은 정액급부금의 효과가 없는 이유를 아소 다로 총리의 책임으로 돌렸다. 자민당이 명실상부한 국민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곧 있을 중의원 선거에서 아소 총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면서도 그는 왜 아소를 탓하는 것일까. 정액급부금은 일본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전 국민(1인당 1만2000엔)에게 나눠주고 있는 현금.하지만 효과에 대한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시행까지 4개월이 걸려 때늦은 대책이 돼버린 데다 아소 의 말실수가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아소 총리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고액 소득자들이 이 돈을 받는 것은 '치사하다(さもしい)'"는 표현을 썼다. 평소 실언을 밥 먹듯 해 온 아소였지만 이날 발언은 더 질이 나빴다. 국민의 뇌리에 '정액급부금=경기 진작의 종자돈'이라는 등식을 각인시켜야 했지만 그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돈'이 돼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목적 잃은 돈이 제대로 쓰일 리 없다. "소비 위축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소극적일 때야말로 미래를 위한 공공투자를 확대해야 하는데…정치권의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무라타 노리토시 세븐&아이홀딩스 사장 · 65)'일본 경제의 공적 1호는 정치'라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총리 등 정치 지도층의 끊임없는 실언과 무분별한 행동이 리더십 부재 현상을 가중시키고,불안한 정국이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술에 취한 채 기자회견장에 나섰던 나카가와 쇼이치 전 재무장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소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한 자리 숫자까지

    2009.03.19 00:00
  • [2009 일본경제 리포트] (中) "현금 뿌려도 꿈쩍않는 경기, 초대형 공공사업 필요"

    도쿄산케이빌딩은 일본 도쿄에서도 임대료가 비싼 건물로 손꼽힌다. 관청 금융회사 대기업이 몰려 있는 오데마치에서도 한복판인 데다 접근성이 어느 곳보다 뛰어나서다. 이 빌딩 앞 광장에선 요즘 점심 때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정오가 다가오면서 일렬 횡대로 자리를 잡은 7~8대의 마이크로버스에 직장인들이 앞다퉈 줄을 선다. 도시락을 사기 위한 줄서기 경쟁이다. 최고급 빌딩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딱히 새로운 풍경은 아니예요. 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줄이 길어진 것만은 사실입니다. " 줄을 서 있던 한 여성은 연일 쏟아지는 경제위기 기사 탓에 모두가 움츠러들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일본의 소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내각부가 최근 발표한 2월 소비자태도지수는 26.7.전달보다 0.3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전히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는 경기의 선행지표로 소득이나 고용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일본리서치종합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 '향후 1년간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7%로 절반에 가까웠다. 1월 완전실업률은 4.1%로 과거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지만 민간연구소들은 연말께면 5.5%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가 살아날 재간이 없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가 '현금 뿌리기'에 나선 것도 급랭하고 있는 소비를 조금이나마 살려보자는 취지에서다. "5월까지 뿌려지는 정액급부금은 모두 2조엔입니다. 하지만 효과는 그 수준에도 못 미칠 겁니다. "(무라타 노리토시 세븐&아이홀딩스 사장 · 65)정액급부금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이미 '제로'로 내려졌다. 정액급부금과 같은 감세정책은 경기바닥 이전에는 효과가 있지만 아무도 돈을

    2009.03.18 00:00
  • [2009 일본경제 리포트] (上) 日열도 '제조업 붕괴' 공포 확산

    "어제 온종일 지역구를 둘러봤습니다. 답답할 뿐이네요. "지난 13일 일본 도쿄의 ANA호텔.조찬을 함께하며 한 · 일 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누자던 나카가와 마사하루 중의원 의원(59)은 어두운 표정으로 경제 얘기부터 꺼냈다. 그의 지역구는 미에현.욧카이치 스즈카 가메야마 등 주요 도시마다 자동차 LCD(액정표시장치) 플래시메모리 등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시설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지역이다. 그의 하소연대로 이곳에 몰아닥친 경제위기의 충격파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스즈카에 위치한 혼다 하이브리드카 공장은 휴업과 감산을 거듭하고 있고,욧카이치의 도시바와 후지쓰는 감산 탓에 월급이 줄어든 직원들에게 부업을 독려하고 있다. 가메야마의 샤프 LCD공장은 수요 감소와 엔고의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설비 일부를 중국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조업이지요. 자동차 · 전기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어요. 해외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했고…."(구로다 아쓰오 경제산업성 통상교섭관 · 54)'제조업의 위기'.일본 정부와 경제계는 지금의 일본 경제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모노즈쿠리(좋은 물건 만들기) 대국'으로선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일본 제조업 위기의 출발점은 '잃어버린 10년'이다. 당시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거의 없었다. 경쟁력 강화의 노력마저 잊어야 했던 고통의 10년이었다. 그러나 버블이 걷힐 무렵 미국의 호경기와 중국 등 신흥국의 고성장이 맞물리기 시작했다. 내구소비재와 자본재 수출에 불이 붙으면서 일본은 2002년부터 6년 연속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2차대전 이후 가장 긴 호황이었다. 제조업의 해외

    2009.03.17 00:00
  • [한경데스크] 칠흙같은 밤에 떠나라

    어니스트 섀클턴이란 사람을 아시는지.100년 전 남극점 정복에 나섰다가 실패한 탐험가다. 하지만 그는 실패와 관계없이 조국 아일랜드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부빙(浮氷)에 난파된 26명의 대원을 634일간의 고초 끝에 한 사람의 낙오 없이 모두 구출해낸 영웅이어서다. 끝없는 얼음 바다와 벌판,수 천m 높이의 얼음 산을 헤맨 기록은 세계적인 스테디셀러가 됐고,그의 뛰어난 지도력은 데니스 퍼킨스 박사에 의해 '서바이벌 리더십'이라는 경영론으로 재탄생됐을 정도다. 섀클턴의 이야기를 꺼내든 것이 새삼스럽긴 하다. 하지만 그가 난파선을 떠나며 대원들에게 한 연설은 지금도 가슴에 새겨둘 만하다. "절망하지 않는 한 우리는 살 수 있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구하겠는가. 움직여야 산다. "엄동설한이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하다는 금융위기의 추위는 그야말로 살을 에는 것 같다. 추우니 어쩌겠는가. 모두가 코트 깃을 여민 채 한 구석에 앉아 눈만 굴리는 수밖에.미동조차 없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움직임부터가 그렇다.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은 물론이다. 대기업들마저 복지안동(伏地眼動)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 투자하라는 경영 구루(guru)들의 충고는 위기 때면 늘 그렇듯 무용지물이다. MB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당장이라도 투자에 나설 것처럼 얘기하던 기업들의 투자소식은 여전히 감감하다. 지난 8월 1%대로 주저앉은 설비투자증가율은 이제 마이너스의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위기를 맞아 투자를 줄줄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4개 가운데 1개 기업 이상이 투자를 줄였거나 축소를 검토하고

    2008.10.28 00:00
  • [한경데스크] 금융위기와 脣亡齒寒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마 전 워싱턴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다소 의미심장한 연설을 했다. "금융위기에 처한 신흥시장국이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려면 선진국 채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지요. 이는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리버스 스필오버(reverse spill-over)' 현상을 불러올 겁니다. "모르긴 몰라도 호스트였던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의 기분이 꽤 껄끄러웠을 듯 싶다. 강 장관이 폴슨에게 던진 메시지를 풀어보면 대충 이렇다. "한국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으로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귀하도 잘 알고 있을 터.그러면 한국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이 미 국채라는 사실도 알고 있겠지.그러니 어쩌겠는가. 달러를 장만하려면 미 국채를 매각하는 수밖에.하지만 한국이 미 국채를 팔아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미국이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겠다고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마련한다면서.그 중 꽤 많은 부분은 국채 발행으로 채워지지 않겠나. 한국 같은 신흥시장국이 미 국채를 내던지는데 그럼 새로 발행하는 국채는 누가 사주지.결국 미국이 거꾸로 다칠 거란 말씀."그게 '리버스 스필오버'다. 강 장관은 그러면 왜 이런 얘기를 했을까. 그 답도 간단하다. 선진국들이 금융위기를 G7의 틀 안에서만 풀어보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그래선 선진국이 되레 큰 코 다칠 것이란 경고인 셈이다. 신흥시장국들을 포함한 G20이 해결의 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 장관의 주장은 '공갈'이 아니다. 따져보자.G7이 뭔가. 미국을 비롯한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선진 7개국의 모임이 아닌가. 하지만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사태의 진앙지인 미국

    2008.10.26 00:00
  • [한경데스크] '9월 위기설'의 주범은

    언론이 또 책임을 져야 하나보다. '9월 위기설' 얘기다. 정부가 위기설 유포의 주범으로 언론을 들먹이고 있어서다. 정 그렇다면 한국경제신문도 자유로울 리 없다. 지난 7월 말 '9월 위기설'을 가장 먼저 보도해 시장을 헷갈리게 만든 것이 바로 한경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한경은 정부의 잣대로 보면 매우 '불량한 신문'이다. 지난 5월에는 급증하는 단기외채를 문제 삼은 '한국 내달엔 순채무국'이라는 기사로 '공연한 걱정거리'를 만들었는가 하면 7,8월에는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과 기업의 해외차입 여건이 악화된다는 '혹세무민(惑世誣民)성 기사'를 거의 매일 쏟아내지 않았던가. 그렇게 보면 9월 첫 날 한경의 1면 톱은 정말 가관이었다.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원의 숫자와 민간경제연구소의 진단을 적당히 버무린 기사는 해외차입이 안돼 어려움을 겪어온 기업들이 '묻지마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시장의 불안을 극도로 자극하는 속칭 '마바라'성이 아닌가. 더욱이 이날은 다른 매체들까지 위기설에 뒤늦게 가세하면서 급기야 시장은 대혼란에 빠져들고 말았다. 정부가 제기한 언론 책임론은 대충 이런 얼개다. 펀더멘털은 멀쩡한데 언론들이 자꾸 위기를 외치다보니 시장이 움츠러들었고,정말 위기처럼 돼버렸다는 주장이다. 하긴 몇몇 못 된 매체의 충동질로 '촛불정국'이라는 심각한 혼란을 겪은 직후이다 보니 '언론 탓'이 먹힐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장은 길거리의 군중과는 다르다. 설(說)만으로는 근본적인 흐름을 바꿀 수 없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뒤집어 말하면 위기의 조짐이 없다면 아무리 위기설을 유포해도 콧방귀조차 뀌지 않는 곳이 시장이라는 얘기다. '9월 위기설'도 마찬가지다. '위기'는

    2008.09.07 00:00
  • [한경데스크] 촛불 뒤로 숨어든 당나귀

    지금은 떼어냈는지 모르겠다.정부와 한나라당이 '촛불 민심'에 밀려 공기업 개혁을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왔으니 말이다.경기도 분당 토지공사 로비에 붙어있던 현수막 얘기다."물귀신 주택공사 스스로 갈 길 가라."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개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태세를 갖추자 토공 노동조합이 서둘러 내건 현수막의 표어다.주공과 토공,두 공공기관의 악연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공공개혁의 단골 메뉴다.사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토공이 주공을 '물귀신'으로까지 표현했을 정도로 지긋지긋한 주제다.그만큼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과제이기도 하다.그런 골칫거리가 '일단정지' 신호를 받았다.여당의 밀어붙이기에 청와대 일부 멤버들도 집권 초기 공공기관을 개혁하지 못하면 결국 좌초하는 결과를 빚을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한다니,토공 입장에선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안도의 한숨을 내쉬긴 기술보증기금도 마찬가지다.YS가 신용보증기금에서 떼어내 부산에 안겨준 선물이다.어차피 토공과 같은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이 기관도 시민단체와의 연합시위 덕분에 신보와의 통폐합 '위기'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따지고 보면 모든 게 촛불 덕분이다.촛불 집회가 미국산 쇠고기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듯,매일 밤 촛불을 들고 거리를 누빈 공기업 노조가 어찌 국민의 건강만을 염려했다고 할 수 있겠나.통폐합 대상만이 아니다.민영화 대상 공기업도 때마침 불거진 '촛불 정국'이 더없이 고맙기만 하다.'하루 수돗물 값이 14만원…'으로 시작하는 소위 '민영화 괴담'은 굳이 출처를 따져 볼 필요도 없다.괴담이 검증 기능이라곤

    2008.06.15 00:00
  • [한경데스크] 민간에 지휘봉을 넘겨라

    공무원 사회가 공황 상태인 모양이다.대통령의 관료들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어서다.타깃으로 여겨지는 옛 재정경제부 출신 관료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이루 표현하기 어렵다.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관료사회를 비난하면서 '모피아(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한 옛 재경부 관리들을 비꼬는 표현)'라는 용어까지 동원했으니 말이다.모피아 출신들은 이미 곳곳에서 배제되고 있다.대신 민간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대통령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간담회에 재경부 출신 금융기관장은 한 사람도 초대받지 못했다.미국 방문에 수행할 금융 CEO 7명도 민간 출신 일색이다.인사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 자리를 모두 민간에 내주더니 금융통화위원 교체 과정에서 관료들은 하마평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공기업 인사에서도 마찬가지다.관료 출신은 원천 배제라는 소문이 원칙처럼 굳어지고 있다.물론 섭섭함을 표하는 관료들이 적지 않다.정권 교체기마다 공무원을 개혁 대상으로 올려놓고 마른 북어 두들기듯 한다는 불만에서,테크노크라트들을 마치 좌파정권의 부역자 취급한다는 볼멘소리에 이르기까지 표현도 다양하다.잘 훈련된 공무원들이 배제되는 현실을 '국력 낭비'라고까지 말하는 OB들도 있다.하지만 이런 푸념을 듣고 있노라면 관료들이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의도적으로 비켜가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관료들은 정권이 수 없이 바뀌었지만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적이 없다.정책에 대한 소신은 논외다.스스로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다만 공무원들은 정치권에 온갖 협력을 다하면서 자신들이 챙겨야 할 자리만큼은 철

    2008.04.13 00:00
  • [한경데스크] 우리 아이들의 꿈

    "'이공계를 살리자'는 얘기는 이제 그만합시다."최근 만난 정부 고위관료 A씨는 교육 현주소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이렇게 말허리를 끊었다."똘똘한 학생들이 공대를 가지 않기 시작한 게 벌써 20년 전이에요.요즘 성적이 뛰어난 이과생들이 가장 먼저 지원하는 곳이 어딥니까?한의학과입니다.K대 한의학과 말입니다.그 다음이 의대지요.의대도 안되면 치대를 가고,치대나 약대도 어려우면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이 가능한 생물학과 같은 곳을 갑니다.…공대요?우수 인력이 몰리던 시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입니다."그의 결론은 간단했다.정부가 경쟁력이 없는 공과대학을 살리는 데 그 많은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우수 인력들이 공대를 20년간 외면했다면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그의 주장은 "차라리 지금 같으면 정부가 제조업을 버리고 우수 인력이 몰린 의학계를 적극 지원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까지 이어지더니 "침이나 뜸으로 암을 고칠 수 있는 시대가 머지 않아 한국에서 열릴 것"이라는 자조로 마무리됐다.한국을 먹여살리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산업에 인재들이 20년째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는 것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의 경쟁력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이들 간판기업의 경쟁력을 20여년 전 입사한 간부들이 유지하고 있는 셈이니,그들의 은퇴 이후가 두려울 뿐이다.청소년들이 공대를 기피하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한다한들 급여 수준이 의사와는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사업장이 지방에 위치해 불편한 점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고,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몰라 불안

    2007.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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